그릇과 벗

모양도 없는 그릇
보기도 색깔도

버리자니 아깝고
쓰자니 마음에 안 들고

갖고 있자니
마음 쓰이고

눈뜨면 보게 되고
생각 말자고 해도 내 곁에 서성거리고

떠나버릴 자신도 없는 그릇
거두어야 할… 같이 가야 할 벗처럼

우직하고 못나도
먼저 나를 버리지 않는 것만도 다행인지

시대를 멀리해도
그 모습 그대로 지니고 있는 마음

함께 온 긴 세월을
버릴 수는 없는 모양 없는 그릇과 벗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