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글

맛있는 음식은
씹고 또 씹어서 맛을 안다
글도 좋은 글은 읽고 또 읽어서
그 뜻을 알길 위해 마음에 새겨 둔다

좋은 글은 그냥 읽는 게 아니고
읽고 지워도 생각날 때까지 새겨 본다
육신의 배부름은 그때뿐이지만
정신의 양식은 길고 길게 남는다

육신의 배고픔은 참을 수 있어도
정신의 빈곤함은 참을 수 없다
양식은 몸을 만들 수 있어도
정신의 양식은 글이 있어야 한다

배고픔은 곧 나타날 수 있어도
정신의 배고픔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밥 한 숟가락에 글자 열 자를 읽고
물 열 컵에 나무 하나를 심고

늘 푸르게 바라보는 나뭇잎들을
바라보며 백 년의 약속이 지금부터
시작하는 고동 소리를 들으며
백 년의 약속을 하루같이 이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