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풀냄새

산이 있고 풀이 있어도
만져볼 수 없는 산이란

꽃과 풀이 있어도 냄새를
맡지 않는다면 두고 온 그림일 뿐이다

꽃향기를 맡을 수 있는 것은
때를 기다리며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늙음은 있어도
향기는 똑같이 오고

쉬어갈 곳은 산 어느 곳이나
발을 멈추게 하며

또 오리라 장담 못하지만
즐겁거든 몇 번이고 오며

할 말은 없어도 한 마디 쯤
남기고 가야

오고 간 것을 알며
언제고 오겠다는 약속은 없지만

그냥 가면 산과 나무들의
서운함을 잊지 말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