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

꽃도 마음이 있습니다

꽃도 마음이 있습니다
활짝 드리고 싶을 때가
봄입니다

꽃도 드리고 싶은
마음의 님이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꽃도 방황하며
어쩔 줄 모를 때가
있습니다

등을 돌려
또 오고 싶지 않은
봄이지만

예전에 사랑했기에
잊지 못해
오곤 합니다

세월이 가도
끝까지
사랑하기 때문에 옵니다

빨간 진달래꽃

봄은 언제 오는지
가는지
봄은 누구와
오는지

뜨거운 태양빛을
피해보지만
꽃잎은
견딜 수 없어 갑니다

빨갛게 입술로
활짝 피었지만
오실 마음을 기다렸지만
그냥 갑니다

이름도 모르신다면
피었다 간
빨간 진달래꽃이라
불러주셨으면 합니다

마음을 어디에 맞출까

마음을
드려 보지만

마음을 맞추려는
마음이 누구일까

맞출 듯 하지만 삐걱하고
틈이 생기고

들을 얘기 못 들을
얘기 뿐인걸

말 하지 않고
못 들은 것이 나은 걸

마음이 없어도
나무와 바람은 잘 맞는 걸

만나고

꽃은 바람을 만나고
눈은 아지랑이를 만나고

진달래는
나비를 만나고

벚꽃은
벌을 만나고

나무는 봄비를
만나고

젊은 마음들은
사랑을 만나고

밤하늘의 별들은
속삭임을 만나고

꽃향기는
사랑의 숨소리를 만나고

사랑은 사랑을 불러오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

임 보시기에

봄의 향기가
바람 끝에
코끝에 머물다
그냥 가려는지

몇 번이고
오고 가지 만
마음 둘 곳을 모르게
헤쳐만 놓고 간다

님의 향기가
따로 있는지는 몰라도
향기와 함께
젖어보고 싶다

거울 속을
몇 번이고 보지만
님 보시기에 어떨는지….

꽃의 향기

꽃의 향기와
들에 핀 이름 없는
꽃들도 피고 지고 하지만
한 번도 찾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느끼며
그냥 왔다가 갈 뿐이다

몇 년의 긴 날들이 오고 간들
마음의 향기와
꽂의 향기가
세월이 덮어씌운 채로 가고 있는지
새 한 마리도 떠돌아다니지만
봄의 향기를 맞이하듯 노래하듯 날아다닌다

우리의 마음들은
언제 쓰려는지 묶어놓았다가
보고만 있으려는지 아니면
등 뒤에 매달고만 살려는지
후회하고 나서야 찾을 수 있는 것인지
크게 숨이라도 쉬어 봄을 맞이하고 싶다

대화

대화는 삶이다
대화는 사랑이다

별거는 대화의 시간을
만들어 주지 못함의 책임이다

삶이란 울타리 속에
좀 더 자유스럽게 벗어나지 못한
대화의 빈곤이다

육신보다 더 중요한 마음을
자유스럽게 만들어 가지 못한 결과다

대하는 자유스러운 마음과 대화를
소유하지 못한 체념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자유스러운 말과 대화를
누군가 먼저 소유함에 대한 책임이다

어떠한 조건에도
마음의 자유와 입의 역할을 무시하며
아름답게 쓰지 못한 결과다

진정한 자유는
언어를 자유스럽게 쓰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 마음과 언어의 빈곤이
어느 날 찾아온 사실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약속의 터전

물속에 비치는
나무 잎사귀의 흔들리는 모습은
어느덧 7월의 속삭임
반 허리를 넘어선
넉살 좋은 세월이
비웃듯 지나가고 있을 때
다짐했던 약속은
어디다 팽개치며
되돌아볼 수 없는 시간을
감추며 웃음으로 아부한다

또 오겠지 하는 날들은
되돌아오지 않고
부질없는 날들이라고
놓쳐버린다면
다른 곳으로 눈길이 가고 있을 때
책임져야 할 약속은
누구의 몫일까

세월은
바람의 밀려가는 나뭇잎이 아닌
뜻과 삶을 만들어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누군가는 지켜보고 있을 때
마음마저 버린 게
아니겠지 하면서
8월이나 9월이나 10월이나
그냥 기다리겠지…

어디로 가는지

꽉… 채워진 열두 달
하나하나
돌아보니 아쉬움만

더 빼고 더 붙일 것도 없는
시간
발걸음만 빨라야 했던 날들

욕심이
나를 바쁘게 매달고 갔는지
지금까지

마음을 비워 놓을 기회마저 놓치고
내 마음은
어디로 가는지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흔들리다 어디엔가 머물다 가는지

수고한 날짜보다
수고하고 보람 없는
발걸음이

이… 대로 포기할 수 없어
속고 또 속아도
꿈을 버릴 수 없어 참아야 하는지…

모퉁이 길

수줍어서 오지 않겠다는 길 위에
방긋 얼굴을 쳐들고 핀 진달래
모퉁이를 걸을 때면 몰아쳤던
봄바람

감추어진 바람을 한꺼번에 쏟아놓듯
꽃들의 잎을 사정없이
흔들어 놓으며 이때쯤이면
발길을 멈추어야 했던 모퉁이 길

바람결에 속옷을 여미며
사람들의 마음마저 마냥 흔들어 놓을 듯
멈추어야 했던 파란 하늘의 모퉁이 길
이맘때면 마음을 휘어잡아 놓곤 한다

몸은 어느 곳에 있던
한번 머물러야 했던 고향의 그곳에
피고 있을 꽃들의 향기를 그리며
언젠가 만남을 서둘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