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

어디로 가는지

꽉… 채워진 열두 달
하나하나
돌아보니 아쉬움만

더 빼고 더 붙일 것도 없는
시간
발걸음만 빨라야 했던 날들

욕심이
나를 바쁘게 매달고 갔는지
지금까지

마음을 비워 놓을 기회마저 놓치고
내 마음은
어디로 가는지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흔들리다 어디엔가 머물다 가는지

수고한 날짜보다
수고하고 보람 없는
발걸음이

이… 대로 포기할 수 없어
속고 또 속아도
꿈을 버릴 수 없어 참아야 하는지…

모퉁이 길

수줍어서 오지 않겠다는 길 위에
방긋 얼굴을 쳐들고 핀 진달래
모퉁이를 걸을 때면 몰아쳤던
봄바람

감추어진 바람을 한꺼번에 쏟아놓듯
꽃들의 잎을 사정없이
흔들어 놓으며 이때쯤이면
발길을 멈추어야 했던 모퉁이 길

바람결에 속옷을 여미며
사람들의 마음마저 마냥 흔들어 놓을 듯
멈추어야 했던 파란 하늘의 모퉁이 길
이맘때면 마음을 휘어잡아 놓곤 한다

몸은 어느 곳에 있던
한번 머물러야 했던 고향의 그곳에
피고 있을 꽃들의 향기를 그리며
언젠가 만남을 서둘러 본다

꿈의 그림

그림을 그린들 정확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글로 표현한들
다 표현될까

거울을 본다지만 마음속까지
볼 수 있을까
눈을 바라본다지만
눈물 속의 사연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

마음은 내 것이라고 하지만 마음속을
다 알 수 있을까
볼 수 있는 것이란 얼굴 한복판에
눈이 있고 코와 입이 있을 뿐이다

끈질긴 삶을 부 잡고 놓치지 않으려는 듯
작은 욕구를 가슴에 담아
쉬지 않고 바라는 것들을 담아보려는
꿈의 그림을 만들고 있는것인지…

나의 작은 꿈이라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

그래도 소망을 가져야 하는지
그래도 이것만이라도 감사해야 하는지

뭔가 막연한 꿈이 나를 방황하게 하면
꿈같은 인생을 꿈속에서 헤매고 있다

갈망하고 바라지만
쉽게 손에 잡히지 않은 체

또 손에서 꿈을 잡았다가 놓아야 하는 나날들이
마음을 더 굳게 다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꿈이라도 쥘 수만 있다면
손에 잡아보고 싶다

꿈은 영원히 나를 떠나지 않는다
다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바람

바람은 땅 위의 씨앗을
잉태하기 위하여 흔들며

바람은 썩은 나뭇가지를
날려버리기 위하여 흔들며

가지마다 바람의 흔들리는 고통을
경험하기 위하여 흔들리고 있다

가지마다 새싹을 약속하기 위하여
심한 바람을 몰아오고 흔들고 있다

하늘의 맑은 공기를 서로 호흡하며
무수한 떠돌이 새들의 삶의 방향을 잡아주고 있다

나뭇가지마다 마주 보는 나무들과 접촉을 나누며
자연을 노래하듯 바람이 춤을 추고 있다

바람결에 속옷을 여미며
혹시나 사람들의 마음마저 흔들릴까봐
마음속을 굳게 닫고 있다

세상 속에 흔들리는 바람이
살며시 다가올까봐 오직 진실만 바라보고 있다

바람은 사치하며
때로는 사람의 마음도 수시로 흔들고 있다

새로운 마음을 줍니다

마음을 잃어갈 때는
지치고 피곤할 때 옵니다

마음이 싫증 날 때는
말 한마디에 용기와 힘이 됩니다

또다시 희망과
새로운 마음을 줍니다

마음을 잃을 때는
세상적인 마음이 꽉 찰 때입니다

세상적인 마음과 모습은
늘 피곤합니다

세상 속에 살지만 때때로
마음은 아름다운 마음의 꿈을 꿉니다

잠시 잃었던 마음을
다시 찾아옵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스스로 존중합니다

말과 글

입에서 나오는 말은
믿을 수 없어도
글로 한 말은 믿을 수 있다

사람은 변할 수 있지만
글과 모양의 뜻은
변하지 않는다

말보다는 글을 남기고
두고두고 읽지만
변명은 안 한다

말은 마음에서 오고
글은 마음속에 남는다
글은 희망이고 꿈이다

열 마디 말보다
한 줄기 글의 뜻이
마음을 움직인다

영혼과 사랑

나무와 꽃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할 수 있다지만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은
물체가 아닌 영혼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 영혼은 우리가 불러서 오는 것이 아니고
그 영혼을 주신 분을 사모하는 것이다

그 주신 영혼을
늘 함께 할 수만 있다면
그 영혼의 가치와
어느 곳에서 어디든지 찾을 수만 있다면
그 영혼을 간직하며 그리워하는 것이다

물체나 동물이나 어떠한 곳에서 찾을 수 없는
수많은 영혼을 찾을 수 있다면
그 영혼의 빛이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영원히 지켜주신다
그 영혼의 소유자는
내가 아닌 주님이 소유하시며

그 영혼을 감싸는 사랑이
어떠한 장애물도 물리칠 수 있고

영혼의 사랑이 기쁨과 슬픔도 주관하시며
그 영혼의 안내자는 진정 주님이시다

육체와 감정과 영생을
영원히 사랑하시는 주님을 알기까지는
고통과 사랑만이 느낄 수 있다

열두 달의 변명

일월은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며 차근차근 열두 달을
헤쳐나가야 하는 달이다

이월은 마음먹은 것들을
실천하려는 마음을
정리하며 노력하는 달이다

삼월은 어느덧 계절의
감각을 일깨워주며
겉옷 차림과 마음을 자연으로 돌리고 있다

사월은 꽃 바람을 유난히
느끼게 하며 마음 살랑이게 하며
꽃향기와 어딘가 뛰쳐나가고 싶다

오월은 만끽한 봄의 향기가
마음을 그냥 두지 않게
자연이 충동질하며 흙 냄새에 취하고 싶다

유월은 태양의 빛의 강렬함이
비쳐오기 시작하며
물소리와 산의 푸른 소리에 젖고 싶다

칠월은 무거워했던 옷들을
다 벗어버리고
시원한 바다 속으로 달려가고 싶다

팔월은 땀과 싸워야 하며
뜨거운 빛을 벗어나
산속의 계곡으로 몸을 던지고 싶다

구월은 겨울 패션의 옷들이
쏟아져 나오며 어느덧
재촉하듯 하며 마음을 뒤돌아보게 하다

시월은 미련한 꿈을 쥐고 있을 뿐
제대로 펴보지 못한 체 당황하며
낙엽의 바람 소리를 느끼게 한다

십일월 마지막 꿈들을 정리하며
수확을 펴봤지만
마음의 위로뿐이다

십이월은 나의 마음을 정리하며
남 따라가며 남들에게 맞둬가듯
어수선하게 마칠 수밖에 없는 달이다

꿈은 하나하나 밖으로 내놓는 것

꿈은 마음에
흩어진 마음조각 조각을
맞추는 것

꿈은 품고 있던 것들을
순서대로 마음의 숫자를
맞추는 것

꿈은 내가
여러 사람의 꿈을 모아
맞추는 것

꿈은 마음만 아닌
땀으로 만들며 땀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

꿈은 순서가 없지만
하나하나 세상 밖으로
내놓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