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

한 송이 꽃

다른 사람들은 세상이 싫다고 하는데
너는 머리 쳐들고 나와야 하는 이유라도 있니
기다려주는 님이라도 있니

너의 연약한 모습을 송두리째 드러내놓고
꼭 세상 밖을 나와야 했는지 궁금하다

바람이 세게 몰아쳐 올 때면 잎이 찢어지고
갈 바를 모르고 머리 쳐들고 나올 네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고 있니

따뜻한 봄의 계절을 뿌리칠 수 없어
나와의 약속보다 끈질기게 살아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기에 왔니

아무도 모르게 바람 따라 세월 따라온 것처럼
혹시 반겨주는 사람을 찾기 위하여
이 봄의 꽃을 피우기 위하여
아름다운 꽃 한 송이가 되어 왔니

오고 가는 세월을 뿌리칠 수만 없어
또 오고 가는 것인지

알 것 같으면서 모르는 인생처럼
그냥 왔다가 가는 것인지

아무도 맞이하는 사람은 없어도
하늘의 따뜻함과 빛은 나를 줄기차게
사랑해주고 있기때문인지…

희망을 먹고 사는 사람들

남보다 일찍 행동하는 사람
가슴이 뛰며 잠이 아까운 사람
자신보다 남을 존중하며
사는 사람

자신의 모습보다 남을 잘되게 하며
사는 사람
꿈을 끝까지 믿고
사는 사람

세상을 즐거움을 갖고 사는 사람
남보다 자신을 존중하며 웃음이 있는 사람
끝까지 실망하지 않고
사는 사람

내가 머물고 있을 때

어느 만큼 내가 머물고 있을까 보면
그 자리에 여전히 머물고 있다

어디만큼 내가 가고 있는가 보면
어느 만큼 짐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디만큼 인생을 머물다 갈까 보면
그것도 모르겠다

어느 만큼 생각을 잘하며 살까 하면
그것도 모르겠다

어느 만큼 생각만이라도 아름다운 것에
머물고 싶지만

생각조차 다급히 몰아쳐 오기 때문에
어느 만큼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더 머물고 싶지 않은 인생도 있을까
아니면 더 머물러야 되는지도 모르겠다

더 머물고 싶지 않은 생각이라도
더 머물고 있어야 했다

주님께 쓰여질 그릇이 되기 위하여
더 머물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인생

눈요기는 많으나
마음에 담을 것은 없고
말은 많으나 어디로
가야 할 방향은 없고

방법은 많으나
서로 떨어진 마음뿐
듣는 말은 많으나
서로 다른 길로 가려 하고

머리는 좋으나
삶의 순서를 넘으련만 하고
일찍 간 사람도 늦게 간 사람도
도착하는 인생은 똑같으며

서둘러 산 사람과
쉬어가며 살 사람의 다른 건
즐겁게 산 것이 다를 뿐이다

가진 것이 많아도 근심이 오고
가진 것이 없어도 근심이 오고
마음을 공평하게 갖는다면
사는 것이 똑같음을 알것을…

마음이라도 나누자

말은 오고 가도
가슴에 남는 건 없고
흘러가는 얘기뿐이다

화려한 과거는 있어도
보여줄 행실은 없고
잃어버린 시간뿐이다

젊은이에게
남겨줄 말 한마디는 없어도
이유는 쌓여 있고

화려한 웃음을 맞출 수 있어도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웃음과
함께 나누지 못했는지

현실의 비유를 맞추다 보면
자신을 잃어버린 채
가고 있을 뿐이다

사람 따라 맞추다 보니
진정 찾아야 할 자신은 어디에 두고 있는지
또 올 수 있는 시간인 줄 알고 찾고 있다

지금도 늦지 않으니
남은 날
마음이라도 나누며 살았으면…

사랑은 나무뿌리입니다

사랑은 나무뿌리입니다
나무뿌리가 짧아지면
사랑은 곧 쓰러집니다

사랑은 나뭇잎들입니다
잎이 없으면
곧 나무가 시들어 죽습니다

사랑은 나무줄기입니다
줄기에 물이 없으면
꽃을 피울 수 없습니다

사랑은 나무의 태양입니다
따뜻한 태양의 빛이 없으면
어둠뿐입니다

사랑은 나무와 땅과 함께 갑니다
땅 위에 존재함을 버티게 하며
살아있을 이유를 말해줍니다

사랑은 나무의 생명입니다
살아있을 때 사랑은 존재하며
잃기 전에 지키는 것이 사랑입니다

골고루 사는 마음

좋은 것은
소리 없이 지나가고

나쁜 것은 마음에
멈칫멈칫 머물다 가네

나쁜 것도 소리 없이
묻어두고 가야 할까

좋은 것
나쁜 것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은

어느 때쯤일까
지금이…. 그때일까

마음은 언제나
수평으로 가야 하는지

높고 낮음으로 가기보다
품고 가는 마음이 똑같아야 하는지

세상을 보는 눈이
좋은 것만 볼 수 없지만

좋은 것을 자주 보아야
마음이 좋아지기 때문인지

골고루 갖는 마음은 없어도
골고루 사는 삶을 배운다.

밤의 소리

깊은 밤 고요히 들려오는 소리는
아기의 숨소리뿐이다
깊은 밤 들려오는 소리는
엄마의 사랑 숨소리다

창 넘어 소리없이 들어오는 달빛은
꿈을 살며시 부르며
엄마의 숨소리와 함께 꿈꾸며
동산 위에 오릅니다

떼어놓을 수 없는 사랑을
누가 만들어 주셨을까
하나님이 우리 가정에
웃음과 큰 희망을

어느 곳이고 찾아볼 수 없는
귀한 후손의 약속을 만들기 위하여
큰 대지 위에 큰 빛처럼
남겨놓기 위하여

마음의 채찍과
사랑의 채찍과
인내의 끈질긴 용기와
꼭 승리의 믿음이 있기 위하여 있습니다

글쓴이: Jenny Kang

산길

산길이 아름다운 것은
내 옆에 누군가 있기 때문입니다

산길이 아름다운 것은
가슴이 뭉클한 가을 하늘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속속들이 찾아와
가슴을 헤치고 파고들어 올 때

어깨 위를 손으로 감싸주며
언제나 내 옆에 있어준다고 했던 길

언제인가 아이들에게
들러 주며

사랑하면서 걸었던
엄마 아빠의 산길이라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걸었던 산길이라고….

맛과 글

맛있는 음식은
씹고 또 씹어서 맛을 안다
글도 좋은 글은 읽고 또 읽어서
그 뜻을 알길 위해 마음에 새겨 둔다

좋은 글은 그냥 읽는 게 아니고
읽고 지워도 생각날 때까지 새겨 본다
육신의 배부름은 그때뿐이지만
정신의 양식은 길고 길게 남는다

육신의 배고픔은 참을 수 있어도
정신의 빈곤함은 참을 수 없다
양식은 몸을 만들 수 있어도
정신의 양식은 글이 있어야 한다

배고픔은 곧 나타날 수 있어도
정신의 배고픔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밥 한 숟가락에 글자 열 자를 읽고
물 열 컵에 나무 하나를 심고

늘 푸르게 바라보는 나뭇잎들을
바라보며 백 년의 약속이 지금부터
시작하는 고동 소리를 들으며
백 년의 약속을 하루같이 이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