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

나의 거울

하루에도 몇 번씩
보던 얼굴이

내 모습을
누가 망설이게 했을까

못다 한마음이
거울이 얼굴을 위로하며

잊으려 하는 마음을
세월 속에 묶고 만다

내 앞엔
거울을 멀리 하고 싶다

마음의 거울만
남아있다.

또 던져보는 마음

보이지 않는 것도
믿기지 않는 것도
믿을 수 없는 것도

믿기 때문에 살아가야 하는
마음입니다
보이지 않는 꿈을 보기 위하여

남보다 서둘러
더 부지런하고
마음이 깨어 있기 위하여

잠시도
머물 수 없이
달려가려는 마음뿐 입니다

믿을 수 없는 것들을
믿기 위하여
떳떳이 내놓을 수 있기 위하여

지금의 보이지 않는 믿음을
보이기 위하여
또 던져보는 마음입니다.

상처

상처가 있는 사람은
마음을 열지 않으며

자기를 토닥거리지도 않으며
어디에 뚝 떨어진 구석에

머뭇거리며 서 있는
길가에 나무처럼

오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대꾸없는 산을 바라보면서
산이… 말을 나에게 걸어올 때까지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묻지 않아도

산을 오를 때마다
한마디씩 하는 푸념의 넋두리를

듣고만 있어도
위로의 말보다 침묵이 위로가 된다.

상처가 있어도
모른 척 지나가는 너의 모습이 고맙다.

사랑은 꿈꾸는 자와

사랑은 꿈꾸는 자와
함께 갑니다

꿈의 그림자를
맞춰 가며 꿈꾸는 자입니다

꿈의 그림자를
밝지 않으며 꿈을 따라갑니다

언제건 올 것 같은
꿈을 그리며

나만의 화려한 꿈이 아닌
모두에게 줄 수 있는 꿈을 향하여

마음의 커다란
꿈의 보따리를 함께 풀어 보기 위해서

지루함도 잊은 체
달려가면서 꿈꾸며 갑니다.

사랑으로 채워집니다

어제는 길이
보이지 않아도

오늘은 길이
보입니다

내 마음은
나를 붙잡고 있지만

부추기는 사람이 있기에
다시 마음을 돌립니다

마음은
곧 쓰러질 듯하지만

용기와 위로의
말 한마디에 실망은 살아지고

다시 힘의 충동이
마음에 솟구쳐 옵니다

내 곁에 정말 사랑하는
마음의 사랑이

모든 고생은 사라지고
다시 사랑으로 채워집니다.

인연의 항아리

인연은 줄기를
이어가듯

그 줄기가
보이지 않게 묶어 놓은 듯

가느다란 피 줄기 같이
생명의 줄기를 이어 주기 위하여

떨어질 수없는
끈을 잡아 묶어 놓은 듯

서로의 끈을 끊을 수 없는
쇠고리와 같이

우리의 삶을 달아 놓은 듯
달고 다녀야 할 짐 덩어리처럼

생명의 항아리 속에
담아 놓고 깨지지 않게

뒹굴라며
우리의 인연을 맞혀가고 있다.

고통을 피할 수 있다

세상의 소리는
눈 뜨면서부터 들려와요

세상의 소리는
자주 싫증 나는 소리뿐

실망의 소리
웃음이 없는 소리

귀는 때때로 즐거워도
마음은 즐겁지 않은 소리

상상도 못하는
꿈속에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싶다

아름다운 새 소리
봄바람을 타고 오는 바람 소리

꽃봉오리가 터져 나오는
꽃봉오리의 소리

졸졸 흐르는 산골짝에
물소리

세상의 묻혀 있을 마음을
잠시 꿈속에 던져 보고 싶다

꿈속에 아름다운 소리가 있고 꿈이 있기 때문에
용기가 나고 고통을 피해 갈 수 있다.

모퉁이 바윗돌

모퉁이의
바위 돌이 유난히
눈앞에 멈춘다

바람에 깎이고
뜨거운 태양빛이
수 없이 쏟아부어도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삶을 달래듯
지친 마음을 위로 하듯

우뚝 선 콧날을 세우고
의기 양 양 하듯
응시하며

축하의 메시지를
움켜잡았던 날에도
부모를 떠나 보냈던 날 도

이곳을 지켜
보았던 날들을 기억 하며
몇십 년의 수고를 함께하며

이제껏 슬픔과 애통이
기쁨과 희망이
이 모퉁이 바윗돌과 함께했다.

빼앗기는 마음보다

마음은 자주
사랑을 빼앗기는지

사랑도 오래 머물지 못하고
바람처럼 가버리는지

메마른 감정을 회복하기 위하여
착한 근성을 되찾을 수 있는지

빼앗기는 마음보다
먼저 주고 마음을 돌려야 하는지

부드러운 마음을 먼저
선택하여 나를 사랑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내가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도 행복의 조건인지

조건 없이 줄 수 있는 사랑은
서로를 기쁘게 하는지

언제쯤 어디서
남을 위한 풍습이 물결처럼 오고 있을지

먼저 이해가
나를 부드럽게 눈을 뜨게 하는지

사랑은 하지 않아도
빼앗지는 말아야…

팔자

얼굴이 마음을 읽고 있다
눈이 마음을 내 놓는 듯

혀가 밖으로 보이지 않지만
혀 속에 말이 힘을 주고 있다

무슨 말이 먼저 나오나 보면
얼굴에 쓰인 데로

내 팔자가
이것뿐인 걸 하며….

오래된 말이 튀어나올 때
생각을 밀어내지 못한

또 하나의 아집이
내 마음속에 맨 돌고 있다

내 팔자가 좋아도
좋은 줄 모르는 것이 팔자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