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

한 번 더 살면

초년의 마음은 꿈은 많아도
방황하는 시간이 많아요

중년의 나이는 아직도 마음이
십 년 전에 머물고

노년의 나이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 욕심에 머물고

후년의 마음은
포기하여야 하는 마음에 머물고

처음으로 돌아간다면
즐겁게 살았을걸, 하면서

한 번만 더 살아본다면
나누며 사랑으로 살 것을

지금의 위로는 늦지 않게
사랑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더 머물고 있을 이유가
있기 때문에 행복합니다

당신이 명령하면
어디든지 갔습니다

당신은 갈 곳 안 갈 곳
한 번도 의논도 없이 가곤 했습니다

상처가 있어도
피곤하고 힘들어도…

하지만, 당신의 생각이
옳지 않은 곳이라면

당신이 머물 곳이 아니라면
이젠 사양하겠습니다

불구의 몸이라도
옳은 길만 따라가겠습니다

아침이슬

고요히 스며드는 아침이슬
별들이 오기 전에
준비하며 기다렸던 이슬

언제나 소리없이 와야 했던 이슬
마음을 둘 곳 몰라 밤하늘을 휘저었지만
갈 곳은 풀잎에 앉아 있어야 했지
태양의 뜨거운 빛을 맞기에는 부족하지만

풀잎마다 기다리는 아침이슬
흡족하지 않은 이슬이
위로가 되고 생명을 지켰다

빛줄기에 소리는 들어보지 않아도
마르지 않는 이슬의 소리는 들으며
방황했던 마음을 달래며
소리없이 들려오는 사랑의 소리를

언제나 들을 수 있는 사랑의 소리를
밤이고 낮이고 들으며
지탱할 수 있는 마음의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오고

변함없는 사랑의 소리와
희망의 소리를
누구의 가로막힘도 없이
하늘의 새벽과 동행하며 왔다

귀한 생명을 주셨지

꽃이 피어나도
왜 피었는지 모른다

사람이 태어나도
왜 태어났는지…

허락 없이 피어야 했던 꽃들도
모두 모를 일들을

알고 싶어도
알고 있어도

묻지 않고
지내고 있어야 했지

생명을 만들어 주신 분은
누구도 아닌 주님이셨지

꽃 한 송이도 댓가 없이도
피어나듯

주님의 귀한 생명의 죄 와 피 값으로
우리를 사셨지

부활절을 생각하면서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봄은 당신을 보고 싶지만
눈도 돌리지 않고
보내곤 했던 마음

꽃향기에 젖어보지도
못한 마음이
핑계 때문인지

봄과 꽃을 멀리한
인색한 마음이
다시 오고 싶지 않지만

반가운 마음이
오겠지 하며
실망 없이 또 온다

갈 때도 올 때도
말없이 오고 가지만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또 온다

우리들

우리들의 삶이
멀리 떨어져 보이는 삶이 아닌
가슴에 매일 다가올 때

묶어만 놓은 꿈을
잡아보려면
행함을 보여야…

그래도 꿈은 버리지 말고
고달프고 버리고 싶어도
잡고 있어야 꿈을 마음에 담을 수 있지

자신보다 자신을 지켜보는
사랑해주는 마음 때문에
언제고 지니고 있어야 했지

서둘지 말아요

빨리 가는 듯하면
돌아올 후회가 빨리 오고

늦은 듯 가면
후회가 오래 가고

뒤따라 가는 듯하면
방향이 없이 가며

후회뿐인가 보면
지금이 좋은 걸 보며

분수에 맞게 사는 것도
지혜요 잘한 것을

이것저것 쳐다만 보지 말고
나를 보는 것이 진정한 삶인 것을

지금보다 더욱

귀는 열려 있지만 무엇을 들을지
눈은 뜨고 있지만 무엇을 볼지

마음은 열려 있지만 무엇을 위하여 쓸지
생각은 있지만 무엇을 생각하는지

발과 손은 있지만
무엇을 위하여 쓸지

모든 것의 기능은
어떻게 쓰일까 하는 생각과 마음이
당신의 길을 결정짓는다

이 시대 속에
더욱 알차게 마음을 쓰며

방황하는 생각보다
하루하루의 반복되는 삶을 바르게 한다면

지금보다 더욱
아름답게 가고 있을 것이고
더 아름답게 살기 위하여 달려갈 수 있을 것이다

꽃과 잎

꽃잎은 말합니다
불공평하다고
꽃을 보고 웃지만
잎을 보고 웃지는 않는다고

꽃잎은 말합니다
꽃잎이 있기에
꽃이 아름답고
우아한 것을

꽃잎은 말합니다
나보고 웃는 것보다
나 대신 더 많이
웃음을 주고 기쁨을 주라고

네 곁에 숨어 있어도
나는 행복하다고
네 곁에 있어만 주어도
행복하다고

산과 풀냄새

산이 있고 풀이 있어도
만져볼 수 없는 산이란

꽃과 풀이 있어도 냄새를
맡지 않는다면 두고 온 그림일 뿐이다

꽃향기를 맡을 수 있는 것은
때를 기다리며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늙음은 있어도
향기는 똑같이 오고

쉬어갈 곳은 산 어느 곳이나
발을 멈추게 하며

또 오리라 장담 못하지만
즐겁거든 몇 번이고 오며

할 말은 없어도 한 마디 쯤
남기고 가야

오고 간 것을 알며
언제고 오겠다는 약속은 없지만

그냥 가면 산과 나무들의
서운함을 잊지 말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