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벌거벗은 나뭇가지에
또 한 번 벗어야 하는 아픔

잎마저 사정없이
떨어지는 나뭇가지의 잎들

더 이상 벗어야 하는 아픔이
있을까

온 몸 마저 비로 적실 때
얼마쯤 더 참아야 하는지

가을은
더욱 초라하고

몰아치는 바람을
막을 길 없고 막아야 하는

가을은
더 벗을 것이 없는 나뭇가지

새롭게 입혀줄 잎들의 꿈을 꾸며
가을이 싫지만

잎들이 너도나도 터져 나올 때
참아야 하는 아픔의 기쁨이 있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