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이 있느냐
물어본다면 끝은 없어도
머물러야 할 때는 있다고 생각한다
아름답게 머물기 위하여
조심스럽게 가고 있을 뿐이다
수없이 스쳐간 날들이 화려한 장식만이 아닌
숨죽이고 간 흐름의 역사를 말없이 꾸미며
다소곳이 받아들이며
한 시대의 흐름을
이유없이 받아주며
화려한 꿈들이 등 뒤에 아직도 머물고 있기에
피었다 간 꽃 한 송이라도
어떠한 원망의 눈초리도 없이
잠시 머물고 간 날들의 약속이
입에서 오르내리고 거짓의 장식보다
부끄러운 명예의 간직함이
겉으로 보이지 않는 진정한 풀 한 포기의
아름다움을 미처 깨닫지 못한 채
머물고 있기에
남은 할 일들의 나날들을 위하여
무엇을 보여주며
무엇을 하여야 할까 진정 바라는 것일까
각자 어떤 모습으로 살든
누구도 탓할 것이 없으며
이유없이 떠난다 할지라도 말이 없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