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순서 없이
열쇠 구멍을 찾으며 들어서는 아파트

횡설수설하며
들어서는 아파트

오고 가는
그림자도 볼 수 없는

혹시 왔다가 간
흔적이라도 있으면

이미 오래전 남겨놓은
빈 그릇

옷걸이에 걸려 있는
측 늘어진 양복 한 벌

반겨줄 사람의 사진 한 장은
말이 없이 벽에 걸려 있고

가고 있을 날들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비가와도 눈이 와도
들어설 아파트가 있는 것도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