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인연

인연은 어디서부터
오는지

바람의 씨앗이 날려
내 앞마당에 떨어져

나… 여기 있어 하고
꽃 한 송이가 얼굴을 쳐들고 있을 때

아는 척이라도 하련만
얼굴 돌리며 본체만체

무심코 가는 인연을
무어라 말할 수는 없지만

꽃이 시들기 전에
한 번만이라도 보고 갔으면

이름도 없는 꽃이기에
생명이 있기까지 피었다가 간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살아지는

땅에 핀 꽃은 내가 만든 게 아니고
하늘이 준 운명이었기에

오고 싶어 온 것도 아니요
가고 싶어 가는 것도 아니요

땅 위에
피고지고 갔을 뿐이요

그래도
웃고 있을 한 사람 때문에피고 지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