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제만 같은 세월 속에 착각하고 산다
바람과 태양이 머물고 간 시간이 다르고
왠지 몸을 움츠리며 바람결이 차갑다고
느낄 때야 비로소 깨닫고 있다
피치 못하게 갈 곳이 생기고
도저히 피하지 못할 죽음을 인정하면서
또 깨닫게 된다
익숙한 그 얼굴을 우연히 마주쳤을 때 먼발치로 보며
저 이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마음속으로 질문을 해본다
그리고 나면 그렇게 익숙한 모습이
갑자기 낯설게만 느껴진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창밖의 아스팔트 길은
여전히 길을 안내하고 있다
나는 무엇을 안내하면서 살고 있는지 분명치 않지만
세월의 감각마저 무디어진 체 어느 방향으론가 흘러가고 있다
답이 없는 인생의 정답을 마냥 찾아 헤매기보다는
스스로 정답을 만들어가며
풀리지 않는 미지의 박스는
한쪽 구석에 차곡차곡 쌓아놓자
이것도 저곳도 아무럿도
내 마음속에 담지 못하고 산다면
무엇을 꼭 담아야 될까
허무 속에 던져진 고아처럼
나 자신을 내던지며 살기보다
지금이라도 세월을 아끼며 더듬어 보자
무엇인가 나의 주어진 마음과
태어남이 하늘을 바라보고
정말 잘 태어났구나 하는 감탄사를
보내며 나를 용기 있고
자신 있는 사람으로 쳐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