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비

빗속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은 누일까

주렁주렁 달린 바쁜 생활이
쉽게 나를 놔줄까

빗속에 따로 있는 위안과 울적함이
알 수 있을까

백 대의 경쟁을 뚫고 들어가기 어렵듯이
빗속을 걸을 수 있는 느낌을 알 수 있을까

고급 차 속에서 가을비에 걷는
느낌을 알 수 있을까

나뭇잎들은 뜨거운 여름의 햇빛을
피해 가면서 기다렸던 비

처마끝에 비를 피해 있는 철새들이
한참 몸을 적시고도 또 하늘 위를 날아간다

새들이 가을비 속을 춤추듯 날며
가을비를 만끽한다.

9월의 사랑

귀를 기울이니
익숙한 목소리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속삭이듯 들려오는
임의 소리가
두고 간 긴 얘기를 들려주시려는 지

무심히 던지고 간 쪽지 한 장
돌아서지 못하게
묶고 놓은 한 줄기에의 글

서로에게
한 사람은 “사”
또 한 사람에게는 “랑”을 주시고
짝짓지 못했던 사랑을
9월쯤이면
엮어 주시려는지

이제는 별들에게
아쉬운 부탁 하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9월의 희망이
9월의 꿈이
이렇게 행복할 줄이야

9월의 소식

9월이
섭섭했는지 그냥 가려 하니
너는 잊고 가도
나는 잊지 않으리

급하다고 뛰어가는 세월없고
바쁘다고 두고 가는 날짜 없어
세월은 뒤돌아오지 않으니
오늘 하루가

너와 나의 즐겁고 기쁜 날이니
내일은 내일이요
오늘은 오늘이니
후회 없이

하루라도 헛되게 빼앗기지 말고
다음 달의 꿈이
다음 날의 꿈이
다음 해의 꿈이

오늘 하루만도
남에게 양보하지 말고
나의 시간의 아름다움을
맘껏

9월의 소식이
무엇이든지 가슴에 간직하며
걱정은 떨쳐버리고
오늘 하루만이라도 감사하며

9월이 가슴 뛰게 하리
나팔꽃이 나를 보고 웃고 있네
바람의 흔들리는
내 얼굴을 보거든 모르는 척 말고 함께 웃어보리

8월의 얼굴

8월의
구릿빛 얼굴
8월의 바다가 손짓한다

온몸을 휘감고 흔들어도
내어 줄 수 없는 철부지의 마음
지치고 힘들어도 바다의 우정

깨끗이 잊고 버리고 마음 달래며
다시 찾은 건강한 얼굴빛이
마음껏 8월의 바다 위에 뿌려지고

움츠렸던 마음을 마음껏 펼쳐
또다시 8월의 태양을 품으며
행글라이더를 날듯 높이 나르리라

나를 보리라 높이 보리라
나를 놓치지 않고
꿈을 놓치지 않고 8월의 꿈을 안으리라

바다의 상처

콧속으로 바닷물이 들어온다
짠맛으로 혀를 맛보게 하며
바닷물로 눈을 씻어도 아프지 않다

바다는 상처가 있다
보기만 해도 생각나는 저 물결의 파도가

침묵할 수밖에 없는

바다가 배를 띄우는 권한은 없지만
귀중한 생명을 빼앗아가는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지

오래도록 상처가 있어
흘러가는 바다를 또 씻고 씻어도
씻을 수 없는 바다의 상처

더 이상 상처를 주지 말고
즐거운 바다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8월의 바다로

노래 부르며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마음으로
지나 긴 것은 지나간 것으로 잊고 살자

큰 새

입에 좋은 말만 담아
새처럼 한결같이 노래 부르며
모두에게 들려줄 수는 없을까

새는 평생 욕을 하지 않아
욕먹을 구실 없이
아름답게만 살아가는지

한 끼만 먹어도 만족하며
욕심 없는 마음은
누구로부터 이어 오는지

말 못 하고 수단은 없지만
내 모습 그대로
불평 없이

수백 년의 역사를 보고
나무에 꽃을 피우고
꽃이 질 때까지 함께 웃고 있는 새

7월에 만남

우연히 만남 그 사람이
꽃 냄새가 뿌려진 오월의
향기처럼 떠나지 않고 있는 그리움이
6월에도 생각나는

7월에까지 따라와
기약 없는 만남의 날짜를
높은 나무까지에
매달아 놓고

바라볼 수 없는 8월에
시원한 바닷가에서
또 만날 수 있을까 하여
바다로 가야 하는지

약속이라도 믿어보려는
말 한마디도 없어도
9월쯤에
어디에 계실까

10월이 오면
생각이라도 해 두시면
우연히 만나는
바람이 내 마음을 전달해 주겠지

사랑이 다시 오겠지

사랑이 나의 전부는 아니야
사랑이 나의 전부인 줄 알고
견디고 아파도 참아야 했지
이제는 울 만큼 울어도 보고

나의 잘못이 무엇인가
질책도 해 봤지만
그대 마음에 또 다른
사랑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이제는 원망도 실망도
하지 않으며
떠나가버린 사랑을 위하여
다시는 울지 않을 거야

홀로 남아 있는 나는 그리워하며
사랑했던 기억으로 살아가며
어느 날 다시 사랑이 오겠지요
언제 간 다시 오는 사랑을 위하여 기도하겠지요

미루지 않은 꿈

희망은 멀리 있지만
내 마음속에
도망가지 않도록 붙잡아놓고

꿈은 멀리 있지만
한 걸음부터
바쁘게 발을 움직이며

믿어지지 않은 마음이
한 번에 오지 않아도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믿고

열 번을 넘어져도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 있게

수만 개의 세포를
마음속에 집중시키며
포기하지 않은

미루지 않은 꿈의
시련을
지금부터 서둘러 만들어

와 !
내가 해냈다
내가 자랑스럽다 하고 외쳐본다

잃어버린 사랑

내 속에서 찾지 못하는
사랑의 마음을 잃어버린 채

내 마음에 젖어있지 않은
사랑을 따돌림받고 있을 때

언제나 촉촉이 젖어있을 마음이
있다면 사랑에 울고

한구석에 남아 있는
떼어 줄 수 있는 사랑이 있다면

가슴이 움직이며
가슴은 거짓 없이 말할 수 있는지

숱한 생각을 가슴으로 돌리며
가슴으로 사랑할 때

먼저 찾고 있는
나를 먼저 내어 줄 수 있다면

사랑의 끝맺음을 부끄럽지 않게
누구와도 나눌 수 있는

잃어버린 긴 날의 사랑을
허무하게 버리지는 않았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