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었다가 가시면

고국의 산천은
나를 부른다.

어떤 요구도 없이
불러오는 가을 산

붉은 잎들이
가슴을 물들게 한다.

올해도
마음만 주고 가는지

기다려 주는
사람이 없어도

기억하고 있는
당신의 마음이 영 지워지지 않아

이맘때면
고국의 가을 하늘이 생각나니

마음만 헤쳐 놓고
가버리고 가버린다

무엇이
발길을 잡고 있는지

큰마음 먹고
잠시 쉬었다가 가시면 어떻지….

찬바람

찬바람이 불어오다

혼자만이 막을 수 없는
찬바람이

겨울이 오면
몸이 추워 마음도 춥다

따뜻한 태양의 빛을
간절히 요구하지만

태양도
뜨겁지를 않다

마음도 찬바람에
휩쓸려 차가워지며

말 붙일 사람도 없이
쏜살같이 바람에 쌓여 도망간다.

따뜻한 마음은
언제 오는지

겨울에도 찬바람보다
따뜻한 마음이 불어올 수 있는지….

과거

나의 고상함은
어디까지인지

치맛자락을
날리며 나의 우아함은

바람결에
날려 보내는 가을의 머리카락처럼

앞모습과 뒷모습이 그처럼
아름답다는

그림의 한 폭이
어디에 있을까

시집가기가
아깝다는 어머니 말씀

파란 새의 꿈이
너무 많았던지

잊고 있는 날들이
서운하고 아쉽다

하나의 아름다움을
잃으면 더 아름다움을 간직하기에

과거 보다 지금이
더 행복 한 것을….

하루의 작별

매일 작별할 수밖에 없는
하루를

얼마만큼 다부지게
보람 있게 보냈는지

아쉬워해도
또 올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며
보냈는지

먼 날의 기대보다
하루만이라도

뜻있게 알차게 보냈는지
궁금하기에

순간
순간마다

하루에 약속의 미래를
하루가 정하고 하루가 결정할 때

소홀할 수 없는 하루가
더 소중하여

하루의 작별을
더 아쉬워했는지….

마음의 준비

빨간 단풍잎
나무 밑으로 걸어갈 때는

빨간 우산을
쓰고 가는 듯

함께 걸어야 할 임이
있어야 하지만

그림자뿐인
쓸쓸한 마음

누군가 내 곁에 있어만 준다면
다 못한 말 쏟아 내며

미루었던 사랑의 고백이
서슴없이 튀어나오련만

붉은 단풍잎이
더 아름다워지련만

가을이 안겨줄
큰 사랑이 건만…

말 없는 단풍잎에
하소연하지만

들은 척하지도 않으며
내년 가을이 다시 올 때까지 마음 준비를….

마음

마음이 내 것이라고
하지만

남의 마음이 아프면
내 마음도 아프다

내 마음의
고통이 있어도

나누어 줄 수 있는
마음이 있으면

내 마음도
남의 마음도 함께 아프기 때문이다

내 마음은
나의 것이 아닌 주님의 것이다

나의 마음을
크게도 작게도 만드시며

내 마음을 크게도
작게도 사용하신다.

내 마음을
언제나 아름답게 사용하기를 바란다.

가을은 나를 철들게 한다

가을은
나를 철들게 한다.

생각할 수 있는
나를 보고 나서야

얼마만큼 가고
얼마만큼 가야 하는지

겉모양은 변해도
마음은 현실을 피하고 싶다

착각 속에서 사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

착각 속에
가고 있을 때

또 다른 마음을 찾고
또 다른 새로움 마음을 준다.

새로운 날이
새로운 달이 없으면

연속으로 살 수 있을까
마음을 지킬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가을은
나를 철들게 한다.

버릴 수 없는 마음

버린다고 버릴 수 있는
마음인가요?

버려도 찾아오는 마음
막을 수 없어

가슴에 품고 삽니다.
아픔이 있어도 슬픔이 있어도

지나가는 세월이 약이겠지 하지만
끝내 버릴 수 있을까?

아픔은 누구에게 오는지
기쁨은 누구에게 오는지

함께 오는지
나누어 오는지

불어오는 바람을
막을 수 없어

솟아오르는 눈물을
막을 수 없어

가슴에 안고 가야 하는
마음이지만 웃고 갑니다.

버릴 수 없는 마음을
버릴 수 없어 지니고 갑니다.

익숙지 않은 삶이


익숙지 않은 삶이
나와 향상 맞서고있다
비켜가도 따라오며
짐을 지고가 듯 무겁다
벗어나고싶지만
누구에게 물어볼까
오직 자신이 알고있는 해답이
나의정답이다
하지만 비켜갈수는 없어도
쉬어가고 싶다
때로는 쉬어가는길이

가을 속에 찾고 싶은 사람

가을에
누군가 찾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누굴까 생각해 본다

가을은
그리움을 만들어내는 계절일까
아니면 늘 찾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계절일까

쌀쌀하게 가을 바람이 밀어치듯
찾아왔을 때
감당하기 어려울 만치
스며들며 찾아오는 그 얼굴을
감추지 못하며

밀쳐내지 못하며 맞이해야 하는
그리움의 얼굴들이
마음을 휘어잡아 흔들어 놓곤 한다

가을의 나뭇잎이
뺨을 치고 달아날 때
또 당황하며 뺨을 달구어 놓고
도망간다

어쩔 수 없이 마음을 뺏어가는
이 가을이
그리운 얼굴들만 맴돌다 가는
쓸쓸한 계절일까

바람의 낙엽소리와 함께
빨리 떠났으면 했지만
왠지 가슴 속에 던져놓고 가버린다

더 늙어지면 이런 것도 없겠지 하며
생각나는 사람의 얼굴들이
있는 것이 이 가을에 느끼는
행복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