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빌려주실 분

내 마음은
달랑 한두 개의 마음뿐

한 두 사람에게 쓰고 나면
쓸 마음이 없다

이달에는 많이 써야 하는데
잠시 사랑을 빌려주실 분은

어떻게 하면
사랑을 빌려 올 수 있을까

누구한테 부탁할 사람도 없다
친구도 아니고

엄마 아빠도 아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아니고

두 손을 가슴에 모아놓고
기도했다

나에게 사랑을 빌려주실 분은
누구인지

어려울 때도 슬플 때도
날 도와주시는 주님이 계신 것을

오늘 저녁에 눈과 함께
오셨다… 사랑을 빌려주실 분이…

12월의 빚

친구에게 밥 한 끼 얻어먹은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냥 보내려 하니 빚진 것 같네

뒤 끝이 깨끗이 못 한
365일 지내는 동안
조금이라도 부담 있는 것은

올해에 떨쳐 버리고 싶다
나도 헛소리 빼면
쓸 만한 소리가 없다

기억할 만한 좋은 일도 없고
시간만 보내는 마음이
익숙해졌는지

책임 있는 마음을
남겨 놓고 있는
변명의 마음만

겨울의 눈

군… 고구마냄새가 겨울을 맞이하듯
씻지도 않은 손으로 껍질을 벗겨가며 먹는 맛

겨울은
주머니가 넉넉지 않으면
마음이 춥다

걸치고 있는 목도리가
유일한 위로다
헌 손수건이 주머니에 있어야 콧물을 닦는다

눈이 내리고 있다
하얗게 만들고 있는 산
골짜기에 지저분한 것도

나무뿌리가 썩은 것도
새싹이 피어나기 위하여
눈이 내린다

누구나 하얀 마음을
가슴에 안아본다
나도 눈처럼 하얗게 마음을 꿈꾸듯

낮은 곳 높은 곳 없이
골고루 하얗게 눈을 뿌려준다
무거운 마음도 하얗게 씻어내듯

겨울이 좋다
눈을 보고 걸을 수 있고
멋진 코트를 입을 수 있어…

이 땅에 축복

땅은 배곱을 해결해준다
먹고 남을 풍성한 열매들이
나무에서 열리고
밭에서는 날아가는 새들도
먹고남을 곡식들이
부지런함이 대대로 이여오는
집안들이 축복을 받고 있는
감사와?끝없이 하늘의 축복이
집집마다 내려 주시는
고마움이
내가 가장 행복하게 머물수 있는
이땅에 때로는 시련이 오지만
충분히 이겨 낼 마음의 준비가
향상있으니
희망과 용기를 누구도 뺏을수 없는 이땅에……….

오는 날 가는 날

오는 날들은
몰라도

가는 날들은
뒤돌아보는 미련이

아쉬움을 떨쳐
버리지 못한 체

쌓이고 있는
먼지처럼

눈으로 볼 수 없이
쌓이고 있는지

돌아올 날들이
아니면

오는 날들을
바라보며

지고 있는 석양의 빛보다
다시 떠오르는 태양의 빛을

놓치지 않고
힘차게 잡고 있으리.

오늘 밤

듣고 싶고
부르고 싶은 가을 노래
찾아오는 손님은
귀뚜라미 소리뿐

소리를 듣기보다
침묵이 오는 밤
갈라놓은 마음을
더욱 나를 돌아보게 하는지

오늘 밤은
마음을 열어놔야지
누구라도 바람 소리를 듣고
이쪽으로 발길을 옮겨 오지 않을까

곧 달려오는 듯한
문소리가
마음 설레게 하는지

혹시…
망설이다 돌아서지는 않을까
뛰어 나아가 붙잡을까 하지만
기다리는 마음이 오늘뿐인가

꿈이라도 또 꿔보는
이 밤이
별빛이 창 너머 소식을 전하러 오는지
오늘도 내일도

11월의 홀수

짝수보다
홀수가 많아 보이는지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새 한 마리

겨울이라 더 추워 보이는 너의 몸
말이라도 주고받고 하는 친구는 어디에 있는지
혼자 있는 것이 좋아서

혹은 마음 둘 때가 없어
두리번거리는지
바람이 불어도 버티고 있는 너의 모습

그래도
너의 모습을 잃어버리지 않고
보란 듯 웃고 있는지

내가 정한 마음이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지나고 보면 짧고

순간 지나버린
아쉬움에 꼬리를 붙잡고
놓지 못하는 마음

새해에 넘기고
새해는 나도 나를 벗어나
새 물속에 발을 담그고 싶다

천 번의 숫자

천 번의 기도
천 번의 글
천 번의 조각 같은 마음

천 번의 생각
누구를 위한 마음으로
닮고 솟아 놓았는지

부끄러운 글들
또… 아직도 쓸 만한 글이
남아 있는지

미운 것은 보고 지나가도
글이 마음에 걸리면
한마디 하고 싶지만

그… 정성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지만
이왕이면
마음에 오래 닮을 수 있는 글

여러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의
글이 됐으면

매일 들어오는 숫자의 수가
주저하지 않게 글을 쓸 수 있는
용기를 주기 때문인지

10월의 사랑

내 마음을
밀어내지 말아요
가슴속에서 간직한

작은 사랑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몰라서
바람에게 물어봅니다

창 넘어 계실까요
저 산 넘어 계실까요
바다 건너 계실까요

가슴 뛰는 사랑이
따로 있는지요
누가 갖고 계실까요

숨어있는
남모르는 사랑은
가을에만 오시는지요

10월에 오시면
빨간 감을 따서
입에

싫다고 고개 돌리지 마시고
이것이 사랑인가
이것이 가을의 사랑인가요

10월

언제 오셨는지요
올해도 숨 쉴 시간도
꿈을 꾸어 보려는 마음
다 풀어놓지도 않은
10월

어제 같은 날이
오늘 되니
꿈속엔 날짜도 없는지
꿈만 꾸는
나는

나를 빠짐없이 보고 있는
날짜는
뭐라 하지 않아도
채워 놓아야 할 그릇이
빈 그릇뿐

올해는
마음 달래며 지내온 것도
큰 용기요
백 세에 날이
위로가 되는지

어느 해가 오던지
오는 날이 오던지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요
오늘만큼은 행복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