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구를 위하여

노래 속에
마음이 간다
바람같이

흐르는 노래가 마음을 휘어잡고
귀를 즐겁게 하며
평화스럽게 나를 빠지게 한다

아픔의 마음도
육신의 고통도 슬픔도 잊고
환한 얼굴의 노래가

마음 따라 노래 따라
웃고 있는 웃음 따라
내 마음도 뺏어가고 있다

단풍잎처럼 붉게 석양도
물들어 가고 있다

눈이 황홀하게
눈이 보는 것은 것마다
아름다운 가을이

누가 누구를 위하여
지불 없이 무상으로
볼 수 있고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다시 사랑해줘

난 몰랐어 난 몰랐어
내 곁에 네가 떠나고 싶으면
할 수 없겠지 붙잡을 수 없는
너는 이미 내 마음에서 멀어져 있었지
내 마음은 잃어버린 나의 생각뿐이야
돌이킬 수 없는 마음 누가 잡아 줄 수는 없지만
언제이고 돌아올 수 있다면 용서해줄게
나는 아직도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야

난 몰랐어 난 몰랐어
진정 사랑이 있을까
아직도 모르는 사랑이 마음을 아프게 하고
너의 행복이 나의 행복인지는 알 수는 없어도
언제나 너와 내가 행복했으면
다시 사랑을 찾아올 수만 있다면 다시 나를 사랑해줘

10월의 숨소리

귀뚜라미 소리가
고독에서 벗어나려고
창문을 뚜드린다

잠들지 않고 밤을 지새우는
벗이 되겠다고
창 넘어온 찌찌르 소리
고요히 흐르는 밤
깊은 숨소리
눈을 감아도 귀는 열리고
누군가 기다리고 있는 발자국 소리
바람 소리를 들을 때마다
착각하는

이토록 긴 밤이
야속한지
약속 없는 만남을 기다리는

사랑의 아픔인지
사랑에 눈먼
알 수 없는 사랑인지

10월의 숨소리를
함께 할 수 있는
임이라도 오실까 하여 기다리고 있는지

10월의 마음을 열자

10월은 내가 맺지 못한
열매의 꿈을 맺고 싶다
의지로 맺지 못한 마음을

아낌없이 공급하며 육신의 허구를
채워주는 오곡 백화의 고마움
묵묵히
다툼 없이 이어갈 수 있는 마음으로

10월만큼은
서로의
막혔던 마음을
선뜻 풀어보자

작은 마음을 열어주는
큰마음을 키워
간 날보다
오고 있는 날들의

마음을 열자
속 시원하게
산과 들의 바람을
가슴으로 풍성하게 안아보자

풍성한 마음은
나를 부드럽게 하며
행복한 날들이
매일 나를 쳐다보고 있다

가을 비

빗속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은 누일까

주렁주렁 달린 바쁜 생활이
쉽게 나를 놔줄까

빗속에 따로 있는 위안과 울적함이
알 수 있을까

백 대의 경쟁을 뚫고 들어가기 어렵듯이
빗속을 걸을 수 있는 느낌을 알 수 있을까

고급 차 속에서 가을비에 걷는
느낌을 알 수 있을까

나뭇잎들은 뜨거운 여름의 햇빛을
피해 가면서 기다렸던 비

처마끝에 비를 피해 있는 철새들이
한참 몸을 적시고도 또 하늘 위를 날아간다

새들이 가을비 속을 춤추듯 날며
가을비를 만끽한다.

9월의 사랑

귀를 기울이니
익숙한 목소리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속삭이듯 들려오는
임의 소리가
두고 간 긴 얘기를 들려주시려는 지

무심히 던지고 간 쪽지 한 장
돌아서지 못하게
묶고 놓은 한 줄기에의 글

서로에게
한 사람은 “사”
또 한 사람에게는 “랑”을 주시고
짝짓지 못했던 사랑을
9월쯤이면
엮어 주시려는지

이제는 별들에게
아쉬운 부탁 하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9월의 희망이
9월의 꿈이
이렇게 행복할 줄이야

9월의 소식

9월이
섭섭했는지 그냥 가려 하니
너는 잊고 가도
나는 잊지 않으리

급하다고 뛰어가는 세월없고
바쁘다고 두고 가는 날짜 없어
세월은 뒤돌아오지 않으니
오늘 하루가

너와 나의 즐겁고 기쁜 날이니
내일은 내일이요
오늘은 오늘이니
후회 없이

하루라도 헛되게 빼앗기지 말고
다음 달의 꿈이
다음 날의 꿈이
다음 해의 꿈이

오늘 하루만도
남에게 양보하지 말고
나의 시간의 아름다움을
맘껏

9월의 소식이
무엇이든지 가슴에 간직하며
걱정은 떨쳐버리고
오늘 하루만이라도 감사하며

9월이 가슴 뛰게 하리
나팔꽃이 나를 보고 웃고 있네
바람의 흔들리는
내 얼굴을 보거든 모르는 척 말고 함께 웃어보리

8월의 얼굴

8월의
구릿빛 얼굴
8월의 바다가 손짓한다

온몸을 휘감고 흔들어도
내어 줄 수 없는 철부지의 마음
지치고 힘들어도 바다의 우정

깨끗이 잊고 버리고 마음 달래며
다시 찾은 건강한 얼굴빛이
마음껏 8월의 바다 위에 뿌려지고

움츠렸던 마음을 마음껏 펼쳐
또다시 8월의 태양을 품으며
행글라이더를 날듯 높이 나르리라

나를 보리라 높이 보리라
나를 놓치지 않고
꿈을 놓치지 않고 8월의 꿈을 안으리라

바다의 상처

콧속으로 바닷물이 들어온다
짠맛으로 혀를 맛보게 하며
바닷물로 눈을 씻어도 아프지 않다

바다는 상처가 있다
보기만 해도 생각나는 저 물결의 파도가

침묵할 수밖에 없는

바다가 배를 띄우는 권한은 없지만
귀중한 생명을 빼앗아가는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지

오래도록 상처가 있어
흘러가는 바다를 또 씻고 씻어도
씻을 수 없는 바다의 상처

더 이상 상처를 주지 말고
즐거운 바다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8월의 바다로

노래 부르며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마음으로
지나 긴 것은 지나간 것으로 잊고 살자

큰 새

입에 좋은 말만 담아
새처럼 한결같이 노래 부르며
모두에게 들려줄 수는 없을까

새는 평생 욕을 하지 않아
욕먹을 구실 없이
아름답게만 살아가는지

한 끼만 먹어도 만족하며
욕심 없는 마음은
누구로부터 이어 오는지

말 못 하고 수단은 없지만
내 모습 그대로
불평 없이

수백 년의 역사를 보고
나무에 꽃을 피우고
꽃이 질 때까지 함께 웃고 있는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