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만남

우연히 만남 그 사람이
꽃 냄새가 뿌려진 오월의
향기처럼 떠나지 않고 있는 그리움이
6월에도 생각나는

7월에까지 따라와
기약 없는 만남의 날짜를
높은 나무까지에
매달아 놓고

바라볼 수 없는 8월에
시원한 바닷가에서
또 만날 수 있을까 하여
바다로 가야 하는지

약속이라도 믿어보려는
말 한마디도 없어도
9월쯤에
어디에 계실까

10월이 오면
생각이라도 해 두시면
우연히 만나는
바람이 내 마음을 전달해 주겠지

사랑이 다시 오겠지

사랑이 나의 전부는 아니야
사랑이 나의 전부인 줄 알고
견디고 아파도 참아야 했지
이제는 울 만큼 울어도 보고

나의 잘못이 무엇인가
질책도 해 봤지만
그대 마음에 또 다른
사랑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이제는 원망도 실망도
하지 않으며
떠나가버린 사랑을 위하여
다시는 울지 않을 거야

홀로 남아 있는 나는 그리워하며
사랑했던 기억으로 살아가며
어느 날 다시 사랑이 오겠지요
언제 간 다시 오는 사랑을 위하여 기도하겠지요

미루지 않은 꿈

희망은 멀리 있지만
내 마음속에
도망가지 않도록 붙잡아놓고

꿈은 멀리 있지만
한 걸음부터
바쁘게 발을 움직이며

믿어지지 않은 마음이
한 번에 오지 않아도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믿고

열 번을 넘어져도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 있게

수만 개의 세포를
마음속에 집중시키며
포기하지 않은

미루지 않은 꿈의
시련을
지금부터 서둘러 만들어

와 !
내가 해냈다
내가 자랑스럽다 하고 외쳐본다

잃어버린 사랑

내 속에서 찾지 못하는
사랑의 마음을 잃어버린 채

내 마음에 젖어있지 않은
사랑을 따돌림받고 있을 때

언제나 촉촉이 젖어있을 마음이
있다면 사랑에 울고

한구석에 남아 있는
떼어 줄 수 있는 사랑이 있다면

가슴이 움직이며
가슴은 거짓 없이 말할 수 있는지

숱한 생각을 가슴으로 돌리며
가슴으로 사랑할 때

먼저 찾고 있는
나를 먼저 내어 줄 수 있다면

사랑의 끝맺음을 부끄럽지 않게
누구와도 나눌 수 있는

잃어버린 긴 날의 사랑을
허무하게 버리지는 않았을 것을

만남의 길

야속하기만 한 날들
등에 업고 가야 하는 세월
눈 뜨면 달려가야만 하는 길

매일 밟고 가도 고맙다고 말 한마디 없이
걸어가는 길 위에
오늘은 무엇을 남겨 놓고 가는지

아침에는 희망찬
마음의 어깨를 펴고 가지만
돌아올 때는 힘없이 돌아오는 무거운 발길

길가에 포장마차의
아주머니의 말이 위로가 된다
실망하지만 오늘만 있는 날이 아니니까

내일이 있기 때문에
내일이 만남이 있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는 꿈이 있기 때문에

모두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걷고 또 걸어야 하는

길이 있기 때문에
펑 뚫린 마음의 길이
내 앞에 오기 때문에

오월의 꽃

꽃도 스킨십을 좋아한다
손등으로 살짝 가까이 스킨십을 하면
그냥 바라보는 마음보다 더 다정하다

얘기를 나누지는 못해도
얼굴을 쳐들고 말을 걸어오듯
추운 겨울을 숨죽이고 기다렸던 때를

오월의 꽃향기는
마음이 아파도 감추며
향기를 고이 간직한 체

자랑보다
아름답게 보아주는
오월의 꽃들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혹시 임이라도 만날까 하여
가슴 속에서
피어오르는 오월의 만남이

얼굴을 붉기며
따듯한 태양의 온기가
온몸을 감싸며

오월의 꿈을 한껏 안으며
또다시 돌아서지 않을 실망에
마음을 굳게 오월의 꽃처럼 피어나리

마음마저 뚫어 보는지

강가에 나무 한그루는
그 앞을 지니 갈 때마다
쓸쓸하게 시선을 뿌리고 있다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다
세월만큼 쌓아둔 침묵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나무는 입이 없어 말을 못 해도
보는 눈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훑고 있다

일일이 들춰 내어
뒤돌아보지 않아도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으로

미련을 버리고 잘못된 것일지라도
지워버리고
바람이 훑고 간 자리에 상처가 남아도

마음을 달래며
변함없는 사랑이
쓸쓸함을 이기며

우뚝 선 나무한 그릇이
오랫동안 침묵이
마음까지 뚫어 보는지

소유의 마음

짜증스런 마음은
자주 입는 옷도 맞지 않아
옷에 대하여 불평을 털어놓으며

자기 마음에 왜 못 맞추는지
투덜거리며 이리저리 바꿔보는 마음을
흔들어 보지만

마음은 내가
나답게 맞추어 생각할 수 있어야 이해하며
내가 내 마음에서 따돌림을 당하지 않는다

스스로 따돌림을 만들지 말고
마음도 내 것이 아닌
서로 나누어야

모든 게 이루어지며
조금이라도 마음의 소유 권한을
내가 전부가 아닌

또 다른 사람과 공유할 때
서로 마음이
끝에 가서는 보람이 내게 온다

이렇게 살아도

매일 서둘러 오는 시간들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무거운 마음의 아침

마음속으로
5분만 늦추어도
훨씬 마음이 가벼운

이렇게 살아도
끝에 가서는 무엇 때문에 살았는지
궁금하다

궁금함을 풀기 위하여
매일 수고하고 있는지
오히려 궁금함이 있어 존재하는지

미련하게도 맞지 않은 옷을 걸치고
활개 치며 사는 모습이
누구의 모습일까

다시 돌아봐도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도

놓아야 하는 마음이
허전함에 빠져 방황을 잃고 있는지
이제 고만 미련 없이 놔 버려야 하는 마음

봄 여름 가을 겨울

봄은 눈을 유혹하고
꽃들은 마음을 빼앗기듯
다시 돌려놓을 수 없는

사랑을 남겨놓고
언제 사랑이 왔다 갔는지도
모르게 숨어버린다

여름은 몸을 즐겁게
태양의 뜨거움이 바다를 부르고
몸을 벗기고 젊음을 만끽한다

가을은 가슴을 달래며
묻어 놓았던 그리움을 들춰내듯
생각의 꼬리를 놓아주지 않는다

겨울은 쉬고
잠들게 하며 새로운 날들의 꿈을
펼쳐 보려는 꿈을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