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얼굴

8월의
구릿빛 얼굴
8월의 바다가 손짓한다

온몸을 휘감고 흔들어도
내어 줄 수 없는 철부지의 마음
지치고 힘들어도 바다의 우정

깨끗이 잊고 버리고 마음 달래며
다시 찾은 건강한 얼굴빛이
마음껏 8월의 바다 위에 뿌려지고

움츠렸던 마음을 마음껏 펼쳐
또다시 8월의 태양을 품으며
행글라이더를 날듯 높이 나르리라

나를 보리라 높이 보리라
나를 놓치지 않고
꿈을 놓치지 않고 8월의 꿈을 안으리라

바다의 상처

콧속으로 바닷물이 들어온다
짠맛으로 혀를 맛보게 하며
바닷물로 눈을 씻어도 아프지 않다

바다는 상처가 있다
보기만 해도 생각나는 저 물결의 파도가

침묵할 수밖에 없는

바다가 배를 띄우는 권한은 없지만
귀중한 생명을 빼앗아가는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지

오래도록 상처가 있어
흘러가는 바다를 또 씻고 씻어도
씻을 수 없는 바다의 상처

더 이상 상처를 주지 말고
즐거운 바다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8월의 바다로

노래 부르며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마음으로
지나 긴 것은 지나간 것으로 잊고 살자

큰 새

입에 좋은 말만 담아
새처럼 한결같이 노래 부르며
모두에게 들려줄 수는 없을까

새는 평생 욕을 하지 않아
욕먹을 구실 없이
아름답게만 살아가는지

한 끼만 먹어도 만족하며
욕심 없는 마음은
누구로부터 이어 오는지

말 못 하고 수단은 없지만
내 모습 그대로
불평 없이

수백 년의 역사를 보고
나무에 꽃을 피우고
꽃이 질 때까지 함께 웃고 있는 새

7월에 만남

우연히 만남 그 사람이
꽃 냄새가 뿌려진 오월의
향기처럼 떠나지 않고 있는 그리움이
6월에도 생각나는

7월에까지 따라와
기약 없는 만남의 날짜를
높은 나무까지에
매달아 놓고

바라볼 수 없는 8월에
시원한 바닷가에서
또 만날 수 있을까 하여
바다로 가야 하는지

약속이라도 믿어보려는
말 한마디도 없어도
9월쯤에
어디에 계실까

10월이 오면
생각이라도 해 두시면
우연히 만나는
바람이 내 마음을 전달해 주겠지

사랑이 다시 오겠지

사랑이 나의 전부는 아니야
사랑이 나의 전부인 줄 알고
견디고 아파도 참아야 했지
이제는 울 만큼 울어도 보고

나의 잘못이 무엇인가
질책도 해 봤지만
그대 마음에 또 다른
사랑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이제는 원망도 실망도
하지 않으며
떠나가버린 사랑을 위하여
다시는 울지 않을 거야

홀로 남아 있는 나는 그리워하며
사랑했던 기억으로 살아가며
어느 날 다시 사랑이 오겠지요
언제 간 다시 오는 사랑을 위하여 기도하겠지요

미루지 않은 꿈

희망은 멀리 있지만
내 마음속에
도망가지 않도록 붙잡아놓고

꿈은 멀리 있지만
한 걸음부터
바쁘게 발을 움직이며

믿어지지 않은 마음이
한 번에 오지 않아도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믿고

열 번을 넘어져도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 있게

수만 개의 세포를
마음속에 집중시키며
포기하지 않은

미루지 않은 꿈의
시련을
지금부터 서둘러 만들어

와 !
내가 해냈다
내가 자랑스럽다 하고 외쳐본다

잃어버린 사랑

내 속에서 찾지 못하는
사랑의 마음을 잃어버린 채

내 마음에 젖어있지 않은
사랑을 따돌림받고 있을 때

언제나 촉촉이 젖어있을 마음이
있다면 사랑에 울고

한구석에 남아 있는
떼어 줄 수 있는 사랑이 있다면

가슴이 움직이며
가슴은 거짓 없이 말할 수 있는지

숱한 생각을 가슴으로 돌리며
가슴으로 사랑할 때

먼저 찾고 있는
나를 먼저 내어 줄 수 있다면

사랑의 끝맺음을 부끄럽지 않게
누구와도 나눌 수 있는

잃어버린 긴 날의 사랑을
허무하게 버리지는 않았을 것을

만남의 길

야속하기만 한 날들
등에 업고 가야 하는 세월
눈 뜨면 달려가야만 하는 길

매일 밟고 가도 고맙다고 말 한마디 없이
걸어가는 길 위에
오늘은 무엇을 남겨 놓고 가는지

아침에는 희망찬
마음의 어깨를 펴고 가지만
돌아올 때는 힘없이 돌아오는 무거운 발길

길가에 포장마차의
아주머니의 말이 위로가 된다
실망하지만 오늘만 있는 날이 아니니까

내일이 있기 때문에
내일이 만남이 있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는 꿈이 있기 때문에

모두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걷고 또 걸어야 하는

길이 있기 때문에
펑 뚫린 마음의 길이
내 앞에 오기 때문에

오월의 꽃

꽃도 스킨십을 좋아한다
손등으로 살짝 가까이 스킨십을 하면
그냥 바라보는 마음보다 더 다정하다

얘기를 나누지는 못해도
얼굴을 쳐들고 말을 걸어오듯
추운 겨울을 숨죽이고 기다렸던 때를

오월의 꽃향기는
마음이 아파도 감추며
향기를 고이 간직한 체

자랑보다
아름답게 보아주는
오월의 꽃들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혹시 임이라도 만날까 하여
가슴 속에서
피어오르는 오월의 만남이

얼굴을 붉기며
따듯한 태양의 온기가
온몸을 감싸며

오월의 꿈을 한껏 안으며
또다시 돌아서지 않을 실망에
마음을 굳게 오월의 꽃처럼 피어나리

마음마저 뚫어 보는지

강가에 나무 한그루는
그 앞을 지니 갈 때마다
쓸쓸하게 시선을 뿌리고 있다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다
세월만큼 쌓아둔 침묵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나무는 입이 없어 말을 못 해도
보는 눈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훑고 있다

일일이 들춰 내어
뒤돌아보지 않아도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으로

미련을 버리고 잘못된 것일지라도
지워버리고
바람이 훑고 간 자리에 상처가 남아도

마음을 달래며
변함없는 사랑이
쓸쓸함을 이기며

우뚝 선 나무한 그릇이
오랫동안 침묵이
마음까지 뚫어 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