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뿌리

두고 온 날짜는 아쉽고오는 날짜는 부담스럽지만
막을 수 없는 날짜는바람같이 재촉하듯 온다

옷을 입어 봐도 마음에 들지 않고
만나는 사람도 반갑지 않은
흥미를 돋아 줄 수 없는
그 얼굴을 만나고

내 얼굴조차
거울을 피하고 싶다
아침이면 깨어나고 지워지는
어젯밤의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에
또 실망하고나는 누구일까
나의 삶은 무엇일까
그런대로 살아가야 하는 존재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 생명이 나의 의지에 맞춰 가는
나무뿌리 같은 존재일까

오늘이 있기 때문에

나에게
나를 두고 말할 수 있는지

깊은 삶을 드려다 볼 시간이
너무 짧아 푸념하는지

더 멀고 가야 하는 길 위에
말없이 걷고 걸어야 하는지

끝이 보일까 하지만
어디쯤 가고 어디쯤 왔을까

보이지 않은 삶이
보일락 말락 하고 있을 때

나를 돌아볼 때는
이른 아침 새벽 별을 바라볼 때인지

해가 뉘엿뉘엿 지는 저녁노을 질 때인지
아니면…

한낮에 땀 흘리며
갈팡질팡 가고 있을 때인지
훗날에 옛이야기가
아름답게 남겨 놓기 위해

하루하루의 행복을 만들며
행복하기 위하여 오늘이 있기 때문인지

꿈을 안고

지나간 세월 속에
떨쳐 버려야 할 마음을
떠밀듯 밀려가는

이유 없이 가야 하는
기대 속에 두려움만
쉴 틈 없이 오는지

태양은 싫증 한 번 안 내고
어둠을 구석구석 찾아오며
빛을 무상으로 공급하며

돈 없이도
갖지 않아도 하늘이
우리와 함께 호흡하며

배반하지 않는 자연 속에
땅에 열매를 무상으로
끊임없이 식탁에 위에 올려놓으며

땀으로 진정한 삶을
요구하며 부끄럼 없이
우리들의 모습을 보기 위하여

아침의 태양은 밝아오며
용기를 불어넣으며
격려와 충동의 꿈을

오늘도 내 곁에 와
실망의 마음을 버리고
꿈을 안고 빛과 함께 오는지

나도… 나를 믿을 수 있을까

나는…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 보고 싶을 때

나도…
내 마음을 열어 보고 싶을 때

장담할 수 없는
내 마음도 믿을 수 있게 열어 볼 수 있을까

나는 새들의 마음도 열 수 없고
하찮은 바퀴벌레의 마음도 모르면서

고귀한 사람의 마음을 열기란
무엇으로 열 수 있을까

진실한 자의
진실한 마음의 소유자만이 찾아오는

진실의 마음이
조금씩 다가올 뿐

속고 있는 삶을 몇 번 경험하고
속고 있는 사랑은 몇 번 지나야

누구 위한 삶이
누구를 위한 사랑이 늦게 찾아올 뿐…

몇 번이나 더 살아야

내 마음을
내가 전부를 소유한 것처럼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쓰려고 할 때

나는 나도 모르게
마음을 흔들어 놓으며

혹시
나의 마음을 잡아 주시는 분이 계실까

누구의 주선도 아닌 하늘의
약속이 나를 향하여 다가오는지

이제… 그만 방황하며
마음을 멈출 때

울안에서 벗어나
새롭게 새 날개를 펴고 날 수 있는 꿈이

몇 번이나 변해야
새로운 마음이 용기 있게 침투해 올까

몇 번이나 뒤집고 쓰러져야
다시 일어나 내가 우뚝 서 있을 수 있을까

몇 번이나 더 살아야
나를 진정으로 찾을 수 있을까

나를 자신있게 쳐다보라

나는 어제만 같은 세월 속에 착각하고 산다
바람과 태양이 머물고 간 시간이 다르고
왠지 몸을 움츠리며 바람결이 차갑다고
느낄 때야 비로소 깨닫고 있다

피치 못하게 갈 곳이 생기고
도저히 피하지 못할 죽음을 인정하면서
또 깨닫게 된다

익숙한 그 얼굴을 우연히 마주쳤을 때 먼발치로 보며
저 이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마음속으로 질문을 해본다
그리고 나면 그렇게 익숙한 모습이
갑자기 낯설게만 느껴진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창밖의 아스팔트 길은
여전히 길을 안내하고 있다
나는 무엇을 안내하면서 살고 있는지 분명치 않지만
세월의 감각마저 무디어진 체 어느 방향으론가 흘러가고 있다

답이 없는 인생의 정답을 마냥 찾아 헤매기보다는
스스로 정답을 만들어가며
풀리지 않는 미지의 박스는
한쪽 구석에 차곡차곡 쌓아놓자

이것도 저곳도 아무럿도
내 마음속에 담지 못하고 산다면
무엇을 꼭 담아야 될까

허무 속에 던져진 고아처럼
나 자신을 내던지며 살기보다
지금이라도 세월을 아끼며 더듬어 보자

무엇인가 나의 주어진 마음과
태어남이 하늘을 바라보고
정말 잘 태어났구나 하는 감탄사를
보내며 나를 용기 있고
자신 있는 사람으로 쳐다보자

나를 빛나게 하리

새해에는 내 마음을
고쳐보려고 애쓰지만 고칠 수 없어

좋아하는 사람 옆모습이라도 보며
닮아 가고 싶다

누굴 닮을까 생각해 보지만
내 모습마저 나를 닮아야 하는 것이 있을까

내 모습 중에서 그래도
나를 닮을 수 있는 것은 용기다

내 마음 중에 그래도
나를 닮을 수 있는 것은 희망과 꿈이다

나에게도 좋은 것을 닮을 수 있는 것을
내가 나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새해는
나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은

나의 과제다
벌떡 일어나 가슴 뛰게 뛰어보자

양손을 크게 벌려 태양을 불러오자
구름이 지나가도 머물 곳이 있듯이

바람이 지나가도 멈출 때가 있듯이
처음이 있으면 끝이 있듯

처음보다
끝이 나를 빛나게 하리

내 꿈을 맡기자

빚진 마음으로
서운하게 보낸 세월
돌아오는 날들이
마음의 빚을

서슴없이 갚아가는
마음으로 가볍게 살아가자
또 무엇이 어렵게
다가와도 어쩔 수 없이 피해 가면서

도랑 길밖에 없어
좁고 불편해도 묵묵히 걸어가자
큰 길이 오기 전에
준비하자 활개 치며 걸을 수 있게

좁은 마음을 하늘에 맡기고
넓고 넓은 바다에
찬란한 태양에게
내 꿈을 맡기자

하루만 살 것이 아닌
긴 날들을 하나하나 다듬어가듯
작은 꿈을 키우자
봄을 약속하며 새싹이 터져 나오듯…

새해 기도

두 손을 모아
기도합니다

마음으로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위로받을 나였지만
나보다 더 요구하는

간절한
기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눈으로 세울 수는 없는
아픔을 호소할 길 없어

누군가 들어 줄 사람의
얼굴을 떠오르며

보잘것없는 마음이
하늘에 전달되고

사랑으로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감동이 오는

선함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찾을 곳이 어디인지

찾아갈 마음이 누구인지
진심으로 새해를 맞이하여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