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인가

누구인가에게
내 마음을 알리고 싶다

시간이 갈수록 줄어져 가는
입술의 움직임이

여름 한나절 뙤약볕에 말라져 가는
나뭇잎처럼

누굴 만나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 입술>눈빛으로 알리고
마음으로만 알리고 싶은 것일까

쌓이고 쌓인 말들을
겨울낙엽 잎을 한군데 모아

훨훨 불로 태우고 싶은
사연들일까

끝내 하소연할 수 없는
가을밤이 오기 전에

어제보다도
오늘이 있기에 나를 반갑게 맞이하는지

묻어둔 말이
나를 말하듯 내 마음을 알겠지….

이제는 알 것 같은

내가 미련해
똑똑히 살지 못할까 봐

미련한 사람에게도 끼기도 하고
똑똑한 사람에게 밀려가듯

따라가지만 내가 가려는 길이
느리고 빠르지 않아

긴 날들을 서둘러 보지만
끝까지 가는 길이 멀었는지

하루하루가 즐거이 살면
부러울 것이 없건만

잠시 눈 돌려 다른 생각에 빠지면
틈새 파고드는 마음이 우왕좌왕하며

나를…
내동댕이치듯 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또 하나의 마음이
내 마음속에 숨어 있어

야심을 채워야 속이 시원했던
내 마음이

이제는… 알 것 같은
내 마음을 아는 것이 참 진실한 마음인 것을…

오늘만큼은

오늘만큼은
사랑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지금껏 하지 못한 사랑
하나도 숨김없이

유리알처럼 보이며
보여 주고 싶습니다

한 번 사랑이라도
후회 없이

다시 오지 않는 사랑을
오늘 만은 놓치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겨울나무처럼 초라하게
서 있지만 않겠습니다

찬 겨울의
눈보라 속에

견디다 못해
피지 못한 꽃잎처럼 보여도

꽃 한 송이를 따다 당신 앞에
후회 없이 드리겠습니다

오늘만큼은
사랑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얼굴을 고쳐 봅니다

늘 좋을 수만 없는
날들을 지나고 보면

마음을 비우지 못한
요구에 방황하며

내 마음을 채우지 못한
화가 치밀어 올 때

내가 나를
솔직히 토해 내지 못한

마음을 감추고
민망한 얼굴을 드러낼

좋을 수만 없는 날이 와도
좋을 수만 없는 얼굴을

웃어야 하는
마음으로 달래 봅니다

보고 있는 얼굴의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얼굴을 고쳐 봅니다

너와 나

너와 나와 함께 잠을 잘 때
나는 꿈을 꾸었지

꿈속에서
너는 유난히 아름다웠지

아침의 눈을 뜨기보다
너와 내가 함께 있는 것이 행복했지

떼어놓을 수 없는 너와 나
떼어놓을 수 없는 인연

그러나…
우리를 누가 떼어 놓을 수 있을까

잘못 만남에서 오는 인연이
우리를 갈라놓았지

어쩔 수 없는 만남을
피해 갈 수 있었을 것을

다시는 너와 내가
꿈을 꿀 수 없는 슬픔을

온 사람들에게
아픔을 주며 눈물을 흘리게 했는지

너와 나는
너무 짧게 꿈을 꾸었는지….

나의 길

손바닥만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마음이

큰 바다를
바라본다고 크지 않는다

내 손은 작지만
마음은 어디까지 인지 모르게

더 멀리
더 넓게
끝이 없는 마음을
오월 하늘에 펼쳐 보고 싶다

태어날 때는
작은 마음으로 태어났지만

점점 크게 마음을
만들며 가는 길인지도 모른다

작은 실수 하나로
멈출 수 없는 나의 길을

누가 보든 누가 뭐라 하여도
지금껏 온 것만도 내가 훌륭하다

처음이 있으면
끝이 있다… 끝 가지 가는 것이 나의 길뿐이다

마음을 뚫어라

잘한다 해도
마음이 막힐 때가 있다

마음이 막히기 전에
마음을 속 시원하게 뚫어야

마음은 소리로 뚫어야
노래를 부르고

땀이 나도록 뛰고 운동해야
땀 냄새를 맡으며

막혔던 혈을 넓게 확장하며
마음을 넓혀라

생각이 뚫리고
기가 솟는다

기가 살아야
물줄기의

산이 마르지 않고
산에 나무가 살고

내가 좋아하는
꽃이 핀다

뚫어라 마음을
더 넓게 뚫어라 내 마음을….

너와 나의 눈동자

낙엽 잎이
나뭇가지에 달려 있을 때는
아름답지만 떠날 때는 내 마음 한 부분을
떼어가는 마음을 가슴에 남겨

지난 가을밤에는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나뭇잎을 보았지만
바람이 가지를 꺾어 날려보내니
내 눈앞에 보이지

작은 잎 하나가
고개 쳐들고 왔다가
견디지 못하고
말없이 가버린 것인지

올 가을은
바람아 불지 않았으면
아름다운 가을
붉은 나뭇잎을

너와 나의
맑은 미소로
눈동자를 마주치며
이…가을 하늘을 아름답게 간직하고 싶다

너를 사랑했기 때문에

감출 수 없는 마음이
민망하게 터져 나오는

봄의 향기 속에
임의 그림자라도 매달려 보려는지

드려다 볼 수 없는 마음가지
훔쳐 보려는

야릇한 마음을 꼬리를 달고
휘둘러 보는

물고 늘어지는 생각을
또 달고 버리지 못한 마음

봄꽃과 함께 마음껏
꿈꾸고 있는지

잊으려 해도
잊지 못하는 나만의 아품을

홀가분하게 비워보면 어떨찌
누구나 한 번쯤은 격고 있을 뿐

너를 사랑했기 때문에
나를 놓아 주는 아랑이 아름다운 것인지

흔적

당신의 쓰라림을 알고도
그냥 갑니다

세월이 지나도
한 사람의 아픔은 남습니다

누가 생각을
부탁하지 않아도

생각은 지울 수가 없어
가슴에 남습니다

지나치게 머리에
가슴에 혹처럼

생각하면서 살고
생각하면서 잊으려 하지만

사랑이 만들지 않아도
오기 때문입니다

흘려보내기가
이처럼 아픔이 있기에

흔적의 아픔을
또 지우고 또 지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