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태양을
보기가 부끄럽다

새해의 날을
맞이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결단이
마음에 부담스럽다

피할 수 없는 찬란한
태양은 나를 향하여

끊임없이 빛을 비추며
따듯한 온기와

뜨거운 태양의 열정을
가슴에 불어넣어 주지만

몇 번이고
숨겨야 하는 나의 꿈이

첫날의 약속을
속일 수만 없어

더 지체할 수만 없어
마음의 용기를

용서하며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가진다.

마음은 고칠 수 있다

희망을 쪼개어 보자
꿈이 들어있다
꿈을 파보니 꿈속에
희망이 있다.

마음을 보니
시계 속처럼 복잡하다
한쪽만 안 맞아도
제구실을 못한다.

마음도 한쪽이 빗나가도
마음이 빗나간다.
보이지 않은 마음을 고치기란
기계가 못 한다.

사람은
사람이 고쳐야 한다.
고치는 사람을 못 만나면
스스로 고쳐야 한다.

마음을 고칠 수 없는
사람을 만나면 오래간다.
마음은 진실하지 못하면
마음을 고칠 수 없다.

이끼

골짜기 물줄기 사이에
씻어도 씻어도 씻기지 않는 이끼는

씻어 보지만
마음에 상처는

남은 것은… 흔적뿐인
마음뿐

물은 흘러 흘러가도
물 위에 이끼는 쌓여지고

씻어지지 않은
마음을 안고 가는

어떤 위로의
방법을 찾아보지만

땅 위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고통일까

살아있기 때문에
아니면 더 살기 위해서

위로받으면서 사는 것일까
살기 위해서 위로가 있는 것일까?

발길질

봄이 오면
무슨 옷을 입고 바닷가를 걷고 있을 지

걷고 있는… 그대는
팔을 언져놓을 그림자도 없이

그대의… 아름다움이
오히려 사랑을 쫓아내고

이도록 외로움이
길 줄이야

위로가 될 만한 소리는
밀려오는 파도 소리뿐

무심히 지난날들을
떠나보내고야 후회하는지

곁에 있을 때는 귀찮고
시들하다고 따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내 탓인가 같이 호흡할 수 없는 사랑이

모래 위에 애꿎은 발길질만
이래서라도 위로를 찾고 싶은 것뿐….

흙냄새

흙은 이미 나무 줄거리에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빗줄기와
눈이 녹아내리며

끊임없이
새싹을 기대하며

어둠을 헤쳐 나오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밤낮으로 지루함도 없이
태양을 향해

뛰쳐나올 준비를 하며
숨 쉬고 있다

꽃이 되고
푸른 잎들이 당신 곁으로 가기 위하여

사랑받기 위하여
사랑의 냄새를 맡기 위하여

흙냄새를 품기며
주저 없이 당신 곁으로 다가가고 있다.

봄이 와도
세월이 나를 지배한다.

쉽사리 자유를
만끽할 수 없는
봄의 통로를
묶어놓고 앉아서 물이나 마시며

한 조각의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때로는 파란 하늘이
구름으로 가리며

좁은 공간에서 일들이
손을 놔주지 않으니

봄이 왔다간 것을
캘린더 날짜가 알리고 있을 뿐

아직… 봄을 즐길 수 없는
봄아 왔는지

봄의 향기를 맘껏
가슴으로 맡을 수 없는지….

나의 색깔

노랑은 언제나 사랑이
파랑은 희망을
빨강은 강한 힘을
세 가지 색과 마음만 가져도
행복한 것 같다

세 가지 색만 있어도
한해를 용기 있게 살아갈 수 있다.

부러울 것 없이
부끄러움 없이

재미있는 빛깔에 맞춰
사랑이 없으면 노랑을

희망이 없으면
파랑을

힘이 없으면
정열적인 빨강을

색깔에 맞춰 춤을 추며
사랑과 희망 정열적인 힘을 담고

낙오되지 않고
새 희망을 품으며 살리….

기다리며

소나무는
늘 푸른 산소를 마시며

하늘에서 공급받는
태양의 빛과

늘 호흡하며
숨 쉴 때

잎과
뿌리가

우주 속에서
땅 위에

우리와 동행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쉴 사이 없이
움직이며

책망도
꾸지람도…
내 탓도 네 탓도 아닌

묵묵히 하늘을 바라보며
이해할 날을 기다리며….

봄비

촉촉이 내리는
조용한 빗소리

언제나 너처럼
조용히

세상을
살 수는 없는지

시끄러운 세상에
물들지 않고

밥 세 끼만 해결하고
건강하면 되지 않니

명품이 없어도
내놓을 것이 없어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행복을

간직하고
사는 것이…

조용한
봄비처럼 살면 되지 않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