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기도

감사하는 마음이
누구는 오고 누구는 오지 않고

어떤 사람들이 할 수 있고
어떤 사람들이 없을까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은 겸손한 사람이요
감사를 모르는 사람은 이기적인 사람이요

시간이 갈수록 감사를 많이 하는 사람은
풍부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요

시간이 갈수록 감사가 없는 사람은
외롭고 마음을 잃은 사람이요

할 수 있고 없고 보다
이만 때는 한 번쯤은 감사를

뚜렷한 것이 없어도
귀한 생명과 육신을 주신 주님이 함께 하니까

한 번쯤은 뒤돌아보면
모든 게 감사할 뿐이요

국화꽃 사랑

국화꽃 사랑은
가을에만 오는지

국화꽃 사랑은
누굴 보려고 애써 오는지

국화꽃을 꺾어 드릴 님이
혹시나 있을까 하여 왔는지

밋밋한 사랑처럼
그냥 왔다가 가는 것인지

사랑하고 기다리는 님이
남겨놓기 아쉬워 소리 없이 왔는지

이 가을 누구를 위하여
노랑 꽃이 되어 왔는지

잊지 않고 오는 걸 보면
못 잊어 다시 오는지

국화꽃이 없다면 사랑도 없고
진정한 가을이 있을까….

가을은 마음이 먼저 옵니다

가을이
눈으로 먼저 올까

가을이
귀로 먼저 올까

가을은
마음으로 먼저 올까

가을은 마음으로
먼저 옵니다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에
바람이 떨리는 소리에

달빛의
그림자를 밟고 지나갈 때

커피 한잔의 냄새가
유난이 코끝에 다가올 때

옷깃을 여민 여인의
빠른 발걸이 재촉할 때

마음이 빨라지며
서둘러 가는 길이 빨리질 때

마음이 두서없이
밤을 안고 뒤뚱거리고 있을 때

가을의 밤이
길고 긴 밤이 소리 없이 머물고 있을 때

사진 한 장

세월 따라 쓸쓸한 것이
아니고

나이 따라
쓸쓸한 것이다

가을이 쓸쓸한 것이
아니고

떠나간 사람 때문에
더욱 쓸쓸하다

마음을 잃은 것은
세월이 아니고

사랑했던 사람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마음이다

잃은 것을
주워담아 보고 싶지만

쓸쓸한 마음은
벽에 걸어놓은 사진 한 장뿐이요

단풍잎 하나

단풍잎 하나를 꺾어
입가에 물어보지만

꺾어서 꺾임을 당하지만
너의 눈에 띄어서

나의 노래를 불러 주었으면 한다

흰 윗도리
주머니에 넣어보지만

혹시 붉게 물들까 봐
걱정이 된다

꺾어서 꺾임을 당해도
너와 나의 행복이 되었으면 한다

세상의 위로는 적어도
너와 나의 행복한 얼굴이

나누고 있는 것만도
즐겁고 행복하기에

이 가을이
더욱 아름답다.

일등 인생

일등을 빼앗길 수 없어 사는 사람
줄도 앞줄을 서야 하고

일등 아니면 참지 못하는 마음
손해는 봐도 용서는 못 하는 마음

양보보다는 먼저 가져야 하는 마음
누구로부터 유전된 마음일까

초년의 마음이 이렇게
길게 갈 수 있을까

중년의 마음이 이렇게
욕심으로만 갈 수 있을까

후년이 되어서야
일등도 아니요

이등도 아니요
삼등인들 어떨까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투지 말고 즐겁게 사는 것이 일등이요

다르게 산다는 사람들

다르게 산다는 인생을 보면
태양이 떠오르기 전에 움직이는 사람

다르게 산다는 사람들의 인생은
자신에 엄격하며

끝에 가서 웃을 수 있는 인생은
고난을 즐거워하며 꿈을 버리지 않는 사람

서로 먼저 머리 쳐들고 있기보다
우선 머리 숙이는 방법을 배우며

돌아올 수 있는 마음을
미리부터 주는 마음

다르게 산다는 것은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며

줄 것을 위하여 만들어 놓고
줄 사람을 찾는 것

다르게 산다는 인생은
태양을 일찍 보기 위하여 서둘러 움직이며

한 시간의 생각의 꿈을 매일 앞당겨
움직이며 꿈을 불러온다.

반 허리쯤의 삶

반 허리쯤
차오른 삶이

다시 차올라가야 하는
삶은 어디에 있는지

요령도 지닐 만큼은
알고 있지만

쫓아 올듯한
날들은 끝이 없이 재촉하고

쉴 틈 없이 오는 날들은
아쉬움 만이 뒤돌아보며

빠진듯한 마음은
요령과 마음으로만 해결할 수 없어

마음의 기도의 힘을
쉴새 없이 요구하며

지금의 반 허리쯤 삶을
다시 용기 있게 바라본다.

허전한 마음

가을이 몇 번 오고 간들
송편 하나 입에 넣어주는 사람 없고

가을이 몇 번 온들
손잡고 산길 한 번 함께 밟아 보지 못하며

가을이 지나간들
겨울이 온 들

얼어붙은 마음을
누가 풀어 줄까

창 넘어오는 달빛은
차갑지만 하고

마음을 달래며 별들과 춤을 추며
흥겨운 밤이 아닐지라도

옛 즐거운 마음을 잊을 수 없어
마음의 한숨을 긴 밤과 함께 날려 보낸다

가을이 몇 번 온들
겨울이 다시 온들

허전한 마음의 날들이
오늘뿐 인가

낙엽

발길에 밟히어도
자연 속에 몸을 감추며

또다시
푸르고 푸른 나뭇잎들을

세상 밖으로
내어 보내기 위하여

밟히고 고통을 맛보며
밑 거름의 즐거움을

스스로 견디며
소리 없이 묻혀야 했던 땅 위에

후회도 원망도 미련도
남겨놓지 않으며

다시 떠오르는 태양의 빛이
새싹을 보기 위하여

지루하고 야속한 마음도
한결같이 다시 볼 새싹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