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컵

선반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빈 컵 속에

써보지도 못한 체
가을을 기다리고 겨울을 기다리고

맞이할 사람을
기다리고 있지만

좀처럼 맞이할 사람 없이
텅 빈 채로

열두 달을 그냥
보내고 있다

오늘부터는
빈 컵 속에

나의 소망을 담아
매일 쳐다보며 위로하고 싶다

그냥 기다리기보다
몇 자 적어 희망의 꿈을

빈 컵에 담아놓고
기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