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 뿌려진 씨

바람에 날리는 작은 씨앗이라도
땅속에 품으며

보잘것없는 씨앗이라도 열매를
바라보며 품고 새싹을 잉태한다

누구나 머물고 간다 해도
어떠한 요구의 손도 내밀지 않으며

무심코 오고 간다 해도 언제나
반기며 어떤 이유도 묻지 않는다

세상의 인심은 각박해도
땅은 나를 품어주며 차별하지 않는다

날짜가 없으면

날짜가 없으면
희망이 없겠지

시간이 없으면
내가 움직이지 않겠지

입을 열지 않으면먹을 것을 찾지 않겠지

눈을 뜨지 않으면
좋은 것 나쁜 것도 보지 않겠지

마음이 없으면
마음이 쓸데없겠지

마음이 좋은 것에 쓰지 않으면
마음이 녹이 슬겠지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면
사랑을 모르겠지

아픔을 모르면
아픈 자의 위로를 모르겠지

알고도 모르는 체하는 것은
나를 잊고 사는 것인지
내가나를 알려면….

왠지 이 밤이

사랑은 어디에 두고
찾아올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인지

잘못 찾아 간길
되돌아올 수 없어

긴 날이 지루해도 진정한
사랑을 찾고 있는 것인지

누가 찾아 줄까 해서
두리번거리지만

뚝…떨어질 사랑이라도
기다리고 있는지

왠지
이 밤이 허전하다

잊고 사는 것이
세월만큼 위로가 되는지…

더 좋은 사랑이 오겠지

지나온 꿈속의 사랑은
꿈속의 사랑일 뿐

사랑했기 때문에
아픔이 나를 똑바로 볼 수 있고

후회보다는
동화 속에

소꿉놀이를 꿈꾸던
사랑의 놀이일 뿐…

진정한 사랑은
이제야 알 것 같은 마음

질투의 사랑을 버리지 못하는
미련을 꿈꾸며

등 뒤에서 잡아끄는
욕심을

버리고 또 버려도
쇠고리만큼 질긴 것인지

한 번뿐인 사랑이 아닌
더 좋은 사랑이 오겠지 꿈꾸며…

노랑제비꽃

겉옷을 입지 않아도
그냥 피어났어요.

때로는 노랑 꽃으로
때로는 빨강 꽃으로

치장할 줄 모르는
있는 그대로 내 모습을 드러내며

내가 즐거운 표정만 보아도
좋아하며 보고 있을 때

평생 화를 낼 줄 모르는 내게도
때로는

나를 보고 화를 내는 것을 보면
세상 사람들의

그 모습을
나에게도 옮겨 올까 두렵습니다.

욱 ! 하고 화를 내지 말고
평생 화를 낼 줄 모르는 나… 처럼 닮으라고

당신 곁에 미소가 있는
노랑 제비꽃처럼

곁에 두고 화를 내기 전에
나를 보라고…

얼굴

내 마음을 어디서
위로받을까… 하지만

내 마음은 나를 사랑해 주는
얼굴이 있기 때문이다

한 분에 진정한 얼굴이
내 마음속에

때로는 용기와
때로는 희망으로

바람같이 흔들이는
마음일지라도

때로는 쓰러질 듯한 내 모습이
바람 따라 흔들리고 있을 때

쏜살같이 찾아와
내 곁에 와 속삭이고

네가 너를 지켜보지만
너는 훌륭한 것이 많은

믿을만한 너의 마음을
내가 알기 때문이다

내 마음은
네가 스스로 고마움을 알고

너의 마음속에
제한 없는 사랑의 얼굴이 있기 때문이다

만남

뿌리치고 가는 뒷모습을
내 마음에 남겨 놓지 말고

사랑했었다고
가슴에 남겨 놓으시면 어떨지

여름날에 흰 옷자락을 던지듯
아무렇게 던지고 가지 마시고

추었던 겨울날에
바람을 막아 주는 따듯한 코트에 고마움을 알 듯

얼었던 마음을 녹여 주었던 것처럼
포근히 안아 주며 감싸 주었던 것처럼

마음 만은 따뜻하게
간직한 채 남아있을 사랑을

떠나도 남아 있는 그대 모습은
깊이 박인 못 자욱처럼 지워지지 않고

문득문득 생각이 나며
일찍…. 사랑했던 당신의 만남이

일찍 떠날 사랑이었다면
아픔만 남겨 놓을 만남을 남겨 놓지 말고 떠났으면….

오늘뿐인가

무엇이든지 드리고 싶은 마음
다 드리지 못하는 마음뿐

사랑을 주는 것이 오늘인가 보면
가버린 후에 아쉬워하고

찌꺼기 같은 마음이라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을까

마음은… 지금 안 쓰면
가버리고 떠나는 것을

드리고 싶을 때 드리고
사랑하고 싶을 때 사랑하고

잊고는 살아도
버리지는 않은 사랑이 있다면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 있을 사랑을 위하여

아낌없이 주고
주고 또 주고 싶은 사랑이 오늘뿐인가?

나를… 그리며

내 마음을
아직 닫지 마세요

열려 있는 마음을
미처 모르고 있을 뿐

용서도 아량도
너그러움이 많은 나… 입니다.

줄 줄도 알고
받을 줄도 알고

눈물 흘릴 줄도 알고
웃기도 하는 너그러운 나… 입니다.

세월이 순간을 뺏어갈 수는 있어도
내 전부는 뺏어갈 수 없습니다.

기계처럼 살지 않기 위하여
내 마음을 찾으려 합니다.

어느 구석에 남아 있을
나의 옛 모습을 그리며

늦었지만, 옛 모습 그대로
나를 그리며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다시 나를 그리며 내 마음에 남겨 놓고 싶습니다.

나에게 쓰는 편지

아직도 나를 모르고
살아온 세월이
아쉽기만 하다

더 무엇을 알아야
나는 본질적인 보습을
가장 확실하게 발견하게 될
때는 과연 언제쯤일까

어쩌면 영원히
나는 나를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모르고 가는 것이
나의 정해진 운명일지 모른다

어쩌면 그렇게 지나는 시간이
고마울지 모른다

잘 잘못을 덮어주고
그런대로 내 모습을 잃지 않으며
내 마음도 한결같이 지켜주며
살아온 것이 한편으론 고맙다

몇백 년 살아온 소나무도 아니고
몇백 년 지켜온 산과 들과 바다도 아니지만

짧은 세월 속에
이제껏 꿋꿋이 살아온 나는
수없이 격려하며 살아오지 않았는가

무엇이 뚜렷하게 부럽다고 하지 않지만
무엇이 나를 특별하게 만들지 않아도
주어진 그대로 마음의 편안은 느끼며
아무것도 부럽지 않은 마음이
나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왔지 않는가

누가 와도 견주지 않으며
남에게 곁눈질도 하지 않으며
살아서 숨 쉬는 것만도 고맙지 않은가

무엇을 바라보기보다
무엇을 위하여 살기보다
나는 나를 바라보며
언제나 나의 위치에 살고 싶다

수없이 격려하며
자신을 사랑하며
어떠한 조건에도 나를 지키며 바라보며
나에게 쓰는 편지를 늘 격려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