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구두

이미 뒤돌아 가기는
먼 길로 와 있는

지금의 발자국은
더 가지도 오지도 못한 채

내 마음속에
묶여 있어야 하는지

한 발자국 떼어놓으려
애쓰지만

잡고 있는
마음의 줄을

풀어놓을 수 있을까

얼음 벌판 위에
흰 치맛자락을 날리며

유리 구두를 신고
달려보는 꿈은

어디서 찾아보려는지
알 수는 없지만

꿈은 마음껏 꾸고
꿈속에 가고 싶다.

이대로 있기엔

한쪽의 마음을
빌려 나의 사랑을

퍼즐처럼 맞춰
마음을 같아할 수 있을까

빌려서라도
해결할 수만 있다면

그대와 같이
맞춰 세상을 꾸려갈 수 있겠지

또다시 잃어버린다면
누구에게 마음을 줄 수 있을까

한쪽의
마음을 빌릴 수 있는 용기를

또다시 가질 수 있을까
또다시 찾을 수 있을까

이대로 있기엔
빈 그릇에
담을 수 있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마음뿐이기에

잠시 빌려 보려는
진정한 마음일까.

높고 낮은 행복

밤하늘 위에
별들의 속삭임이

아파트 빌딩에 가려
창문밖에 보이지 않는다.

창문에 터져 나오는 소리는
아름답지만 않다

미움과 하소연이
분노와 한숨이

위층일수록
미움이

아래층일수록
웃음이

마음은
높은 것을 바랄수록 미움이

마음은
낮은 것을 바랄수록 감사가

행복은 나누어지며
행복은 늘 즐거움이다

행복은 높고 낮음에
있지 않음을….

빨간 코트

빨간 코트에
어깨 위에 뽕은

날개를
달아 놓은 듯

날고 싶은 마음은
밤하늘 위에

별들처럼
떠있고 싶다

속삭이고
싶은 곳을 찾아가

열두 달 속에
밀렸던 얘기를

밤새껏
풀어놓고

한 이불 속에서
뒹굴고

새벽의 종소리가
울려올 때까지

하품하며
눈 비비고 싶다.

포인세티아

포인세티아
잎 하나를 따다

사랑의 글과 함께
드리려 했지만

훔친 잎 하나가
마음에 걸려

다시 되돌려
붙일 수가 없어

포기하고
포인세티아를 담은

꽃을
마음으로 담아 드립니다.

이것이
보이지 않는 선물이지만

크고 작고
화려하지 않지만

마음을
흠뻑 담아 드립니다.

소원

늘어나는
소원을 마음에 담아 보지만

점점 숫자가 적어
한 가지 소원이

행복하기 때문에
욕심 없는 마음으로

건강과
좋은 생각과 기쁨으로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것이
하루하루의 소원 입니다

먼 날의 약속보다
오늘의 만나는 날들이

만나고 싶은 사람들과
만나고 사는 것이

오늘의
기쁨이기 때문에

하루하루
즐거움으로 사는

좋은 사람과
만남이 소원입니다.

눈은 말한다

눈은 말이 없어도
눈으로 말한다.

눈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감추고
있을 뿐이다

눈은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눈은
이미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다

눈은 생각을
이미 맞춰 놓고 있다

아픈 일 슬픈 일
웃는 모습까지도

말하듯
담을 수 없는 깊은 데까지도

눈은 지금도
줄도 없이 당기고 잡아주며 놓치지 않고 있다.

재촉하는 세월

길게 잡고 가야 할
꿈들은

단숨에 꿈을
재촉하듯

쫓아내듯
허둥지둥 가는 세월은

하루가
두 배로 빨리 가는 지

시간이
하루 먼저 가는지

내가 먼저
가고 있는 마음인지

빨라지는 세월 따라
빨리 가고 있는지

아침의 해가
달을 보려고 재촉하고

별들의 속삭임이
샘이나

긴 밤을 짧게
재촉하는지

남아 있는 것이 사랑 때문인지

시대에 뒤떨어진 것도
어떤 때는 편하다

모두 앞서 가려는
마음 때문에

마음 잃고
몸도 잃고

부서질 듯한 마음을 경험하며
아파도 참아야 하는 것을

몇 번이고
아픔을 가지고 가야 하는

지쳐 있을
마음을 회복할 수 있을까

내일이면 다시 떠오르는
태양이 있기 때문인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에 있기 때문인가

말 한마디에 다정함이 전해오는
사랑의 고백이 있기 때문인가

아직도 할 일들이
남아 있기 때문인가?

나머지 할 일

기억해야 할
일들이

유난이 많은 것은
나이 탓인지

마음에 차있는 것이란
걱정이 더 많이

해마다 늘어나니
누가 해결할 사람이 있는지

분담을 해서라도
나누고 싶지만

나눌 사람도 없이
가야 하는 마음을

산이나
바다에 외쳐 보려는지

보고 있을 하늘이
떠나가면 없을 것들을

지금 다 떨어 버린다면
마음이 홀가분 하려 만

쉽게 잊고 사는 것도
나머지 할 일이 이것뿐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