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친구

바람이 내 등 뒤를 훑어가듯
사늘한 느낌이

마음에서 오는지
쓸쓸해서 오는지

비벼대고 귀찮아도
가끔 말이라도 던져 주는 친구가 생각난다.

가을의 긴 밤에는
눈뜨는 시간이 길어지고

두 배가 되는 생각이
자주 오며

잃어버린 친구의 사랑이
순식간에 찾아오지만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그… 얼굴

누가 가을을
좋아하는지는 몰라도

빨리 지나갔으면
잃어버린 친구의 사랑이

더는 생각이 머물지 않게
훌훌 털어 버릴 수만 있다면…

이 밤이 아쉬워

가을이면
눈이 떠지고 마음이 열리고

여인의 긴 다리를
감싸고 있는 갈색의 코트가

그림 한 장 그려 놓은 듯
그냥 그대로 눈으로 옮겨 놓으며

붉은 색깔 나뭇잎과
은색의 갈대 나무가 바다를 이루고

바람이 여인의 머리를
살랑거리며 날리고 있을 때

여인의 모습이
달빛마저 유혹한다.

스쳐 가는 생각은
낙엽이 떨어질 때 발을 멈추지 않고 걷고 있다

이처럼 아름다운 가을밤이
나를 거절 할 수 없이 사랑을 호소하겠지

누군가 사랑하겠지
누군가 사랑을 속삭이겠지

이 밤이 아쉬워
그냥 보고만 있지 않겠지…

당신의 발자국

낙엽을 밟기까지
이렇게 멀리 오셨는지

멀어진 마음
이제야 오셨는지

예전엔 오기를 그렇게 좋아했는데
무슨 이유에서

멀어져야 했는지
묻지는 않지만

기다림은 못 잊고
당신의 발걸음 소리를 그리워했는지

아쉬움의 소리도
푸념에 어떠한 소리도 품을 수 있는

낙엽 진 산에
서 있는 것만도 행복했는지

눈물이 없어도
나의 눈물을 가을 하늘이 말없이 닦아 주는지…

약속

사랑은
한 번밖에 할 수 없는지

한 번의 약속이
가기는 너무 먼 길을

다툼이 찾아올 때는
사랑한다는…. 말이 거짓으로만 들려오고

후회하고 후회하지만
다시 돌아설 수 없는 후회 속에

말없이 가야 하는
뿌리칠 수 없는 인연일까

어느 만큼 가야
사랑이 다시 올 수 있을까

쉽게 지워지지 않는
미련 속에 마음은 묶어 놓고 있는

밤하늘에 별들은
약속 없이 살아도 속삭이는 데

서로의 약속에 마음을 걸고
당기고 끌고 하는지

자유스런 마음으로
가을 하늘에 약속 없는 마음을 펼쳐보리라

당신이 오실 때

나의 마음을 잡고 있는
당신

조용하던 마음을
당신이 오셨기 때문에

설레는 마음이
좀처럼 진정할 수 없어

옷자락을
매었다 풀었다 하며

싫증 나게 거울을 보며
입술이 더 아름답게 보일까 하여

수없이 지웠다
그리며…

가을 단풍 나뭇잎
색깔에 입술을 맞춰보며

혹시…
오지 않으시면 어떡하나 망설여지며

당신이 오실 때는
언제나… 말없이 오시는지

위로

한두 가지 위로는
누구나 있겠지

다 뺏어가도
남아있는 마음은

고향에 푸른 보리밭
알알이 맺은 열매의 모습

잊을 수가 없는 마음
마음에 치료제로 쓰고 있는 고향

늦었지만
이제 돌아가야 하는 곳일까

진작 놓아야 하는 마음을
끝까지 가야 하는 욕심 때문에

붙잡고 있는 미련의
나…

허세 속에 머물다 가는
내가 되지 않기 위하여

순서 있게 살아야 했지만
순서 없이 살아야 했던 나…

이제는 위로받을 길 없는
위로를 막연히 기대하고 있는지

속 사랑

오지 않는 사랑을
기다려 보지만
오지 않을 때
내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언제 더 기다려지고
언제 더 생각이 나는지

달빛이 스며들며 나뭇잎이 지나가는
바람 소리가 창문을 두드릴 때

남겨놓은 이…메일 몇 자
지금도 사랑한다고… 말했던

진정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는
너와 나…

하지만 첫 사랑은
언제나 비켜 가는지

첫 사랑은
사랑의 추억일 뿐

다시 사랑이 올 때는
뒤돌아보지 말고 사랑은 살아가면서 나누며

속 사랑을 그리워하며
사랑에 지칠 때 위로받는 것이라고…

땅속에 뿌려진 씨

바람에 날리는 작은 씨앗이라도
땅속에 품으며

보잘것없는 씨앗이라도 열매를
바라보며 품고 새싹을 잉태한다

누구나 머물고 간다 해도
어떠한 요구의 손도 내밀지 않으며

무심코 오고 간다 해도 언제나
반기며 어떤 이유도 묻지 않는다

세상의 인심은 각박해도
땅은 나를 품어주며 차별하지 않는다

왠지 이 밤이

사랑은 어디에 두고
찾아올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인지

잘못 찾아 간길
되돌아올 수 없어

긴 날이 지루해도 진정한
사랑을 찾고 있는 것인지

누가 찾아 줄까 해서
두리번거리지만

뚝…떨어질 사랑이라도
기다리고 있는지

왠지
이 밤이 허전하다

잊고 사는 것이
세월만큼 위로가 되는지…

날짜가 없으면

날짜가 없으면
희망이 없겠지

시간이 없으면
내가 움직이지 않겠지

입을 열지 않으면먹을 것을 찾지 않겠지

눈을 뜨지 않으면
좋은 것 나쁜 것도 보지 않겠지

마음이 없으면
마음이 쓸데없겠지

마음이 좋은 것에 쓰지 않으면
마음이 녹이 슬겠지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면
사랑을 모르겠지

아픔을 모르면
아픈 자의 위로를 모르겠지

알고도 모르는 체하는 것은
나를 잊고 사는 것인지
내가나를 알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