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냄새

흙은 이미 나무 줄거리에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빗줄기와
눈이 녹아내리며

끊임없이
새싹을 기대하며

어둠을 헤쳐 나오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밤낮으로 지루함도 없이
태양을 향해

뛰쳐나올 준비를 하며
숨 쉬고 있다

꽃이 되고
푸른 잎들이 당신 곁으로 가기 위하여

사랑받기 위하여
사랑의 냄새를 맡기 위하여

흙냄새를 품기며
주저 없이 당신 곁으로 다가가고 있다.

봄이 와도
세월이 나를 지배한다.

쉽사리 자유를
만끽할 수 없는
봄의 통로를
묶어놓고 앉아서 물이나 마시며

한 조각의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때로는 파란 하늘이
구름으로 가리며

좁은 공간에서 일들이
손을 놔주지 않으니

봄이 왔다간 것을
캘린더 날짜가 알리고 있을 뿐

아직… 봄을 즐길 수 없는
봄아 왔는지

봄의 향기를 맘껏
가슴으로 맡을 수 없는지….

나의 색깔

노랑은 언제나 사랑이
파랑은 희망을
빨강은 강한 힘을
세 가지 색과 마음만 가져도
행복한 것 같다

세 가지 색만 있어도
한해를 용기 있게 살아갈 수 있다.

부러울 것 없이
부끄러움 없이

재미있는 빛깔에 맞춰
사랑이 없으면 노랑을

희망이 없으면
파랑을

힘이 없으면
정열적인 빨강을

색깔에 맞춰 춤을 추며
사랑과 희망 정열적인 힘을 담고

낙오되지 않고
새 희망을 품으며 살리….

기다리며

소나무는
늘 푸른 산소를 마시며

하늘에서 공급받는
태양의 빛과

늘 호흡하며
숨 쉴 때

잎과
뿌리가

우주 속에서
땅 위에

우리와 동행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쉴 사이 없이
움직이며

책망도
꾸지람도…
내 탓도 네 탓도 아닌

묵묵히 하늘을 바라보며
이해할 날을 기다리며….

봄비

촉촉이 내리는
조용한 빗소리

언제나 너처럼
조용히

세상을
살 수는 없는지

시끄러운 세상에
물들지 않고

밥 세 끼만 해결하고
건강하면 되지 않니

명품이 없어도
내놓을 것이 없어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행복을

간직하고
사는 것이…

조용한
봄비처럼 살면 되지 않니

발길

발길

새싹이
터져 나오는 길옆에

꽃잎 하나가
철모르게 피어났다가

발길에
밟힐까 두려웠다

찾지 못하는 길을
태양만 쳐다보고 나왔다가

어디가 어디지 분간 못 하고
평생의 생명을 걸고 나왔다가

환한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돌아갈까 두렵다

바람에 날아온
씨앗이 정처 없이 떠다니다

모퉁이 길옆에 뿌려진
봄의 이름 모를 꽃처럼

혹시 세상에 나왔다가
실망할까 걱정된다.

다음에 올 때는
넓은 벌판에 피어 맘껏 즐겁게 살다 가렴….

마음속에… 희망

한줄기 글이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만져 볼 수 없고
아무 느낌이 없는

보잘것없는
몇 자 글 조각이

가슴에 진하게 와 닿아
가슴을 뛰게 할 수 있을까

희망은 구름 위에
떠있는 바람 같은 것일까

그래도… 희망을 낙으로 살아온
우리기에

부담 없이 주워담고
넘치도록 담아보아야지

이것이 환한 봄날의 꿈이고
봄날의 희망처럼

감추고 쌓아두고
마음속에 두고 살아야지….

그릇과 벗

모양도 없는 그릇
보기도 색깔도

버리자니 아깝고
쓰자니 마음에 안 들고

갖고 있자니
마음 쓰이고

눈뜨면 보게 되고
생각 말자고 해도 내 곁에 서성거리고

떠나버릴 자신도 없는 그릇
거두어야 할… 같이 가야 할 벗처럼

우직하고 못나도
먼저 나를 버리지 않는 것만도 다행인지

시대를 멀리해도
그 모습 그대로 지니고 있는 마음

함께 온 긴 세월을
버릴 수는 없는 모양 없는 그릇과 벗처럼

발렌타인데이

섭섭한 날이
오늘뿐인가

지나가고
쉽게 보내는 날이지만

생각조차
마음에서 지워 버려야 하는지

꿈속에서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 하여

잠을 청해보지만
나의 꿈은

언제 오려나.
생각하다 시들면 오려나.

꿈속에서
만날까 하지만

밤하늘에 별들을 세어 보지만
어느덧 새벽을 알려오네.

인생은 결과다

인생은 결과다
결과가 있기 전 무엇을 어떻게 꿈을 꾸고 있는지
언제 나타날 줄 모르는 꿈을 남모르게 어떻게 무엇과 싸우고 있는지
꿈은 고생의 결과다. 고생은 그냥 오지 않는다.
스스로 짊어져야 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결과를 바라볼 수 있다. 내가 생각으로만 할 수 없다.

어떻게 누가 먼저… 내가 먼저 움직이고 있을 때 방법을 알며
그 방법을 알기 위해서 실수가 뒤따라와도
실수의 도구 앞에 무릎 꿇지 않으며
오히려 내 경험을 말해 줄 수 있는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지성은 지성의 도구를 아름답게 쓰기 위하여 지성으로 만들고…
인간은 인간답게 만들기 위하여
글의 도구와 가르침의 도구를 함께 주며
끊임없는 인내를 만들어내며
꿈과 땀으로 지혜로 이성으로 인간을 발구하는 것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