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쓸쓸했던
나에게

차 한잔 나누자고
눈빛을 준 사람이 있을까

내 곁에 살며시 다가와
서로의 닮은꼴에 마음을

건네주고 오고 갈 수 있는
사랑의 임이 누굴까

또 지나가는 날들을 잡고
하소연하지만

아쉬움에 매달려
목을 길게 빼고 있는지

지난날 들에
헤집고 간 아픔이

가을밤에 속삭이는 별들이 있어
아쉬움을 달래고 있는지….

가을 여자

봄보다 가을을
좋아하는

와인 맛을
더 느끼는

사랑하지 않으면서
사랑하는 마음

낮보다 밤을
싫어하는 가을바람 소리

말하고 들어줄 마음을
찾고 있는 마음

거울 보기에 아직도
아름답다고 느끼는 마음

고이 간직한 마음을
별에 속삭이며 하소연하는 마음

또 다른 이유에 걸어보는
미련의 속삭임

꿈속에 마음을 던져 보는
가을 여자

그림 한 장

그대 마음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은 골짜기 속에
꼭꼭 숨어 있는지
보일 듯 말듯
바람결에 흔들이는 바람처럼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고
잡은 듯하면 어느새 도망가고

빈손 위엔
잡을 수 없는 공기뿐

잡을 수 없는 마음을
언제 꺼내 놓을지 생각하면

착각 속에 그림 한 장을
열심히 그려보지만

냄새가 없고
호흡이 없는 그림 한 장뿐

그래도 두고 볼 수 있는
그림 한 장이 지금껏 위로하며
가슴에 묻고
생각이 날 때마다 보고 또 꺼내 본다.

가을 동산에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위로를 받고 싶어 둘러보았지만
떠오르는 사람은 없다

섭섭한 마음을 되찾고 싶었지만
언제부터 마음이 열리지를 않아
마음 문을 닫고 있다

그래도… 남아 있을 마음이
남아 있을 때
주고받는 사랑이 있을 때 행복했다

이… 대로 마음만은
추시려 보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상처받는 마음보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을 동산에 마음을 담아 보니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 주는지

마음을 빼앗기는 것이
무엇 때문인지
부디 사람마다 지니고 있는 사랑만은

송두리째 뺏어가지는 말았으면
닮을 것이 없으면
가을 동산에 꽃이라도 닮아보았으면

나를 돌아본다

쏟아질 듯한
아쉬움이 터져 나올 듯한 가을

달래고
담을 수 없는 고달픔이

내 마음을 적시여
가을의 파란 하늘이

주렁주렁 달린 열매들
따가운 태양 빛을 받으며

비를 맞으며
피할 길 없어도 꿋꿋이 서 있던 열매와 나무들

우리 입을 즐겁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회생하며 맺은 열매들

가을은 품을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들이 열리며

닫았던 마음을 풀어주는
너와… 내가 됐으면

인색했던 마음들을
이제는… 풀어놔야지

감사를 모르다 고 하지만
한 번쯤은 나를 감사하게 돌아본다.

거울 한번 다시 보며

잃어버린 마음을
묻어두고 있지만, 거울은 말한다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거울 속에
내 마음의 차가운 가을바람은 왠지 차갑다

떨어지는 낙엽 잎이
내 앞에 뒹굴고 있을 때

푸른 잎에 모습은
어디로 가고

바람이 부는 대로
몸을 맡기고 있는지

꽃이 필 때는 웃어주지만
꽃이 지고 갈 때는 웃음마저 사라지고

쳐다보는 사람 없이
핏기없는 얼굴은 거울을 보기를 거부한다

지나간 세월이
이렇게 가는 것을 미처 몰랐을까

그래도… 잠시 웃고 있는 얼굴을
보기 싫어도 다시 거울을 본다.

내가 머물다 가도

내가 잠시 머물다
가고 싶은 곳은

낙엽 진
오솔길

이만 때면 발걸음이
나를 멈추게 한다

긴… 코트 자락을 바람에 날리며
둘이 한몸이 되어 걸었던 길

뒤돌아 오며 끝이 없이
대화가 오가며 나누던 길

몇 해가 지나가도
마음에는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다

꽃이 필 때보다
꽃이 지고 잎들이 떨어질 때

말할 수 있는 나의 사랑의 고백이
더욱 아름답고

더욱 나를 눈뜨게 하며
사랑은 잠시 머물다 가는지

내가 머물다 가는 길이
짧고 길고 할 뿐인지

남는 건 아쉬움만이
나의 마음속에 맴돌고 있다.

잃어버린 친구

바람이 내 등 뒤를 훑어가듯
사늘한 느낌이

마음에서 오는지
쓸쓸해서 오는지

비벼대고 귀찮아도
가끔 말이라도 던져 주는 친구가 생각난다.

가을의 긴 밤에는
눈뜨는 시간이 길어지고

두 배가 되는 생각이
자주 오며

잃어버린 친구의 사랑이
순식간에 찾아오지만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그… 얼굴

누가 가을을
좋아하는지는 몰라도

빨리 지나갔으면
잃어버린 친구의 사랑이

더는 생각이 머물지 않게
훌훌 털어 버릴 수만 있다면…

이 밤이 아쉬워

가을이면
눈이 떠지고 마음이 열리고

여인의 긴 다리를
감싸고 있는 갈색의 코트가

그림 한 장 그려 놓은 듯
그냥 그대로 눈으로 옮겨 놓으며

붉은 색깔 나뭇잎과
은색의 갈대 나무가 바다를 이루고

바람이 여인의 머리를
살랑거리며 날리고 있을 때

여인의 모습이
달빛마저 유혹한다.

스쳐 가는 생각은
낙엽이 떨어질 때 발을 멈추지 않고 걷고 있다

이처럼 아름다운 가을밤이
나를 거절 할 수 없이 사랑을 호소하겠지

누군가 사랑하겠지
누군가 사랑을 속삭이겠지

이 밤이 아쉬워
그냥 보고만 있지 않겠지…

당신의 발자국

낙엽을 밟기까지
이렇게 멀리 오셨는지

멀어진 마음
이제야 오셨는지

예전엔 오기를 그렇게 좋아했는데
무슨 이유에서

멀어져야 했는지
묻지는 않지만

기다림은 못 잊고
당신의 발걸음 소리를 그리워했는지

아쉬움의 소리도
푸념에 어떠한 소리도 품을 수 있는

낙엽 진 산에
서 있는 것만도 행복했는지

눈물이 없어도
나의 눈물을 가을 하늘이 말없이 닦아 주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