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한번 다시 보며

잃어버린 마음을
묻어두고 있지만, 거울은 말한다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거울 속에
내 마음의 차가운 가을바람은 왠지 차갑다

떨어지는 낙엽 잎이
내 앞에 뒹굴고 있을 때

푸른 잎에 모습은
어디로 가고

바람이 부는 대로
몸을 맡기고 있는지

꽃이 필 때는 웃어주지만
꽃이 지고 갈 때는 웃음마저 사라지고

쳐다보는 사람 없이
핏기없는 얼굴은 거울을 보기를 거부한다

지나간 세월이
이렇게 가는 것을 미처 몰랐을까

그래도… 잠시 웃고 있는 얼굴을
보기 싫어도 다시 거울을 본다.

나를 돌아본다

쏟아질 듯한
아쉬움이 터져 나올 듯한 가을

달래고
담을 수 없는 고달픔이

내 마음을 적시여
가을의 파란 하늘이

주렁주렁 달린 열매들
따가운 태양 빛을 받으며

비를 맞으며
피할 길 없어도 꿋꿋이 서 있던 열매와 나무들

우리 입을 즐겁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회생하며 맺은 열매들

가을은 품을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들이 열리며

닫았던 마음을 풀어주는
너와… 내가 됐으면

인색했던 마음들을
이제는… 풀어놔야지

감사를 모르다 고 하지만
한 번쯤은 나를 감사하게 돌아본다.

내가 머물다 가도

내가 잠시 머물다
가고 싶은 곳은

낙엽 진
오솔길

이만 때면 발걸음이
나를 멈추게 한다

긴… 코트 자락을 바람에 날리며
둘이 한몸이 되어 걸었던 길

뒤돌아 오며 끝이 없이
대화가 오가며 나누던 길

몇 해가 지나가도
마음에는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다

꽃이 필 때보다
꽃이 지고 잎들이 떨어질 때

말할 수 있는 나의 사랑의 고백이
더욱 아름답고

더욱 나를 눈뜨게 하며
사랑은 잠시 머물다 가는지

내가 머물다 가는 길이
짧고 길고 할 뿐인지

남는 건 아쉬움만이
나의 마음속에 맴돌고 있다.

당신의 발자국

낙엽을 밟기까지
이렇게 멀리 오셨는지

멀어진 마음
이제야 오셨는지

예전엔 오기를 그렇게 좋아했는데
무슨 이유에서

멀어져야 했는지
묻지는 않지만

기다림은 못 잊고
당신의 발걸음 소리를 그리워했는지

아쉬움의 소리도
푸념에 어떠한 소리도 품을 수 있는

낙엽 진 산에
서 있는 것만도 행복했는지

눈물이 없어도
나의 눈물을 가을 하늘이 말없이 닦아 주는지…

이 밤이 아쉬워

가을이면
눈이 떠지고 마음이 열리고

여인의 긴 다리를
감싸고 있는 갈색의 코트가

그림 한 장 그려 놓은 듯
그냥 그대로 눈으로 옮겨 놓으며

붉은 색깔 나뭇잎과
은색의 갈대 나무가 바다를 이루고

바람이 여인의 머리를
살랑거리며 날리고 있을 때

여인의 모습이
달빛마저 유혹한다.

스쳐 가는 생각은
낙엽이 떨어질 때 발을 멈추지 않고 걷고 있다

이처럼 아름다운 가을밤이
나를 거절 할 수 없이 사랑을 호소하겠지

누군가 사랑하겠지
누군가 사랑을 속삭이겠지

이 밤이 아쉬워
그냥 보고만 있지 않겠지…

잃어버린 친구

바람이 내 등 뒤를 훑어가듯
사늘한 느낌이

마음에서 오는지
쓸쓸해서 오는지

비벼대고 귀찮아도
가끔 말이라도 던져 주는 친구가 생각난다.

가을의 긴 밤에는
눈뜨는 시간이 길어지고

두 배가 되는 생각이
자주 오며

잃어버린 친구의 사랑이
순식간에 찾아오지만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그… 얼굴

누가 가을을
좋아하는지는 몰라도

빨리 지나갔으면
잃어버린 친구의 사랑이

더는 생각이 머물지 않게
훌훌 털어 버릴 수만 있다면…

약속

사랑은
한 번밖에 할 수 없는지

한 번의 약속이
가기는 너무 먼 길을

다툼이 찾아올 때는
사랑한다는…. 말이 거짓으로만 들려오고

후회하고 후회하지만
다시 돌아설 수 없는 후회 속에

말없이 가야 하는
뿌리칠 수 없는 인연일까

어느 만큼 가야
사랑이 다시 올 수 있을까

쉽게 지워지지 않는
미련 속에 마음은 묶어 놓고 있는

밤하늘에 별들은
약속 없이 살아도 속삭이는 데

서로의 약속에 마음을 걸고
당기고 끌고 하는지

자유스런 마음으로
가을 하늘에 약속 없는 마음을 펼쳐보리라

당신이 오실 때

나의 마음을 잡고 있는
당신

조용하던 마음을
당신이 오셨기 때문에

설레는 마음이
좀처럼 진정할 수 없어

옷자락을
매었다 풀었다 하며

싫증 나게 거울을 보며
입술이 더 아름답게 보일까 하여

수없이 지웠다
그리며…

가을 단풍 나뭇잎
색깔에 입술을 맞춰보며

혹시…
오지 않으시면 어떡하나 망설여지며

당신이 오실 때는
언제나… 말없이 오시는지

위로

한두 가지 위로는
누구나 있겠지

다 뺏어가도
남아있는 마음은

고향에 푸른 보리밭
알알이 맺은 열매의 모습

잊을 수가 없는 마음
마음에 치료제로 쓰고 있는 고향

늦었지만
이제 돌아가야 하는 곳일까

진작 놓아야 하는 마음을
끝까지 가야 하는 욕심 때문에

붙잡고 있는 미련의
나…

허세 속에 머물다 가는
내가 되지 않기 위하여

순서 있게 살아야 했지만
순서 없이 살아야 했던 나…

이제는 위로받을 길 없는
위로를 막연히 기대하고 있는지

속 사랑

오지 않는 사랑을
기다려 보지만
오지 않을 때
내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언제 더 기다려지고
언제 더 생각이 나는지

달빛이 스며들며 나뭇잎이 지나가는
바람 소리가 창문을 두드릴 때

남겨놓은 이…메일 몇 자
지금도 사랑한다고… 말했던

진정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는
너와 나…

하지만 첫 사랑은
언제나 비켜 가는지

첫 사랑은
사랑의 추억일 뿐

다시 사랑이 올 때는
뒤돌아보지 말고 사랑은 살아가면서 나누며

속 사랑을 그리워하며
사랑에 지칠 때 위로받는 것이라고…